‘신치용 감독의 3수’ 팀워크·원칙·믿음

입력 2015-03-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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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가 또 정상에 섰다. 4시즌 연속이자 V리그 통산 7번째 정규리그 우승이다. 신치용 감독에게 비결을 물었다. 일종의 영업 비밀이었다. 몇 개는 대답했지만 몇 개는 다음으로 미뤘다. 주변 사람들에게 “왜 우리가 1등인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던 신 감독은 원동력으로 팀워크를 꼽았다. 대부분의 팀도 말하는 팀워크이자 조직력이지만 그의 해석은 달랐다.


■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우승 비결은

‘팀이 원하는 역할만 해라’ 조직력 최우선
기량·훈련성과로 출전 결정 ‘확고한 원칙’
명확하게 요구하고 약속 지켜 ‘믿음 바탕’


● 신치용 감독이 말하는 삼성화재 방식의 팀워크

사실 2013∼2014시즌이 신 감독에게는 더 힘든 시즌이었다. 6명 가운데 주전 2명(여오현 석진욱)이 빠진 자리를 이강주와 대한항공에서 트레이드해온 류윤식, 황동일로 메우고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을 삼성화재의 선수로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다. 감독은 사사건건 지적하고 나쁜 버릇을 고치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했다. “선수를 쉽게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선수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했는데도 자질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게을러서 관심을 두지 않고 버린 경우”라고 봤다. 열정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변화는 있었다. 리베로는 이강주에서 곽동혁으로 바뀌었다. 라이트도 박철우가 떠난 자리를 누군가는 메워야 했다. 감독은 팀워크를 키워드로 삼았다. “팀이 원하는 역할만 해라. 그 팀워크에서 빠져나가는 선수는 누구도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팀이 필요한 역할을 줬다. 조직에 선수가 스스로 맞추도록 했다. 업무가 만든 서열도 정해줬다. 튀고 싶어 하는 선수들의 본능을 억제했다. 시즌동안 시시때때로 나오는 감독의 작전지시는 “네가 맡은 역할만 해라”였다.


● 기량만으로 출전 결정…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시즌 도중이었다. 주장 고희진이 감독을 찾았다. 코트에 나가는 기회가 줄어든 베테랑이 하소연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장에 자주 못나가다 보니 면목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신 감독의 대답은 이랬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게 싫으면 배구를 관둬라. 주장 계급장을 떼줄까?” 모든 선수는 코트에서의 역량과 훈련 때의 성과로 출전을 결정할 뿐 그 기준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원칙을 확인시켰다. 야박한 말이었지만 고희진의 반응이 더 삼성화재다웠다. “감독님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습니다.” 감독은 그런 베테랑을 고맙게 생각했다.


● 2라운드 불안을 메운 김명진과 황동일

시즌 출발은 불안했다. “우리팀 전력에 확신이 서면 오늘 아니라도 내일 이긴다는 믿음이 생기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불안했다”고 감독은 말했다. 박철우가 입대한 2라운드가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다. 고비에서 전승을 한 것이 정규리그 우승의 큰 힘이 됐다. 김명진과 황동일이 공백을 메워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동안 이름과 기대에 비해 결과가 없었던 황동일은 삼성화재에서 숨겨진 기량을 드러냈다. “황동일이 라이트로 나서는 순간 팀은 망조가 든 것”이라고 감독은 말했지만 반전을 만들어냈다.

서브 리시브가 불안했던 이강주를 대신해 곽동혁을 고정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한국전력에서 방출된 곽동혁을 데려온 신 감독은 한 가지만 요구했다. “시즌 도중에는 술을 끊어라. 만약 술을 먹은 사실을 내가 알면 그것으로 배구는 끝이다”고 했다. 곽동혁은 감독과의 약속을 지켰고 삼성화재에서 새로운 배구인생을 열었다.


● 아직은 패배에 익숙하지 않은 감독

신 감독의 챔프전 전략은 어떨까. “그동안 많은 경기를 통해 컨디션 조절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주전들에게 며칠 휴식을 준 뒤 강하게 체력훈련을 시킬 생각이다. 이후 차츰 강도를 줄여가며 휴식을 많이 주는 것이 노하우”라고 했다. 우선은 레오부터 들들볶을 생각이다. “레오가 러닝을 싫어하지만 다음주부터 뺑뺑이 돌려야 한다. 러닝은 지구력을 올려주는 단순한 훈련이 아니다.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고 생각을 많이 할 기회를 준다. 레오도 러닝을 하고 나면 자신의 점프에 균형이 잡히는 것을 안다”고 했다.

“우리 팬들은 아직 패배에 익숙하지 않다”고 감독은 늘 말한다. 그래서 모든 경기마다 이겨야 하고 선수들에게 최선을 강조한다. 사실은 감독 자신이 아직은 패배에 익숙하지 않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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