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베드신, 더 이상 ‘셀링 포인트’ 아니다?

입력 2015-03-13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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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UIP코리아

‘노출’과 ‘베드신’이 더 이상 관객을 자극하는 셀링포인트로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19금 멜로’ 콘셉트로 개봉한 영화들이 줄줄이 외면받고 있다.

표현 수위가 높은 베드신이나 배우들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가 사전 화제를 모으는 경우는 많지만 이런 관심이 반드시 티켓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극적인 성적 묘사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스크린으로 옮긴 동명 영화는 국내서 35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누적관객 50만 돌파도 요원한 상태다.

2012년 국내서 출간된 원작 역시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를 향한 관객의 기대치가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 밖 흥행 참패다.

이 뿐이 아니다.

근래 개봉한 영화 가운데 배우들의 노출 연기 수위가 가장 높은 신하균·장혁 주연의 ‘순수의 시대’도 비슷하다. 이달 5일 개봉한 영화는 12일까지 누적관객 41만1382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스타 배우들의 출연, 전국 배급망을 갖춘 CJ엔터테인먼트 참여 등 흥행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은 많았지만,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에는 실패한 분위기다.

‘순수의 시대’는 조선 초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 각자의 욕망에 빠져든 세 남자와 이들을 관통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신예 강한나를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력이 상당한 데다, 시대를 표현하는 의상과 세트로 완성도를 높였지만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개봉 2주째 주말을 앞두고 박스오피스 순위가 7위로 급락했다.

그동안 영화에 등장하는 베드신이나 여주인공의 노출은 관객의 선택 심리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셀링포인트’로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출’ 그 하나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순수의 시대’ 외에도 지난해 정우성 주연의 ‘마담 뺑덕’, 이민기·이태임이 만난 ‘황제를 위하여’ 역시 극장 상영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등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이를 두고 ‘베드신보다 중요한 건 이야기’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등이 관객의 지지를 얻지 못한 주요 배경으로 “짜임새가 약한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13일 “최근 개봉하는 영화들은 표현 수위는 높지만 정작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치밀하거나 꼼꼼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국내 관객이 스토리에 대해 갖고 있는 높은 눈높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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