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억 배우’ 오달수, 그가 연기하는 단 하나의 이유

입력 2015-03-16 02: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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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달수는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배우’로 송강호를 꼽았다. 그는 “작품을 7편 정도 같이 했는데 송강호와 연기할 때 제일 편하더라”며 “이제는 송강호 형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뜻인지 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1000만 관객? 필요 없어요. 지금 이곳도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배우 오달수의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목소리는 한층 더 낮아졌다. 그와 만난 곳은 영화 촬영장도 소극장도 아니었다. 테이블 2개와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전부인 평범한 카페였다.

“연기하는 사람은 배우고 보는 사람은 관객인 겁니다. 몇 명 앞에서 연기해도 자신의 존재가 귀하게 느껴지고 행복하면 되는 거죠. 제가 정말 연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배우는 사명감을 가지고 관객을 위해 사는 겁니다. 불온한 목적을 가지는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잘 안 됩니다. 제 이름을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오달수는 그만의 ‘연기학개론’에 열을 올렸다. 그는 “배우가 연기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관객을 위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차근차근 말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연기를 사랑하는 그는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하나다. 매해 대여섯 편의 영화에 크고 작은 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다작에도 질리지 않는 이유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지 않았다.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임팩트 있는 역할을 했기 때문 아닐까요. 감독들이 제게 그런 역할을 원했습니다. 심심한 역할을 한 적이 없죠. 그게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로서 생명력이 길어지도록 한 원동력인 거죠.”

오달수는 “주연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배포가 있어야 한다”며 “내 역할은 주인공이 배포를 잃지 않게 옆에서 받쳐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옆에서 잘 서브해줄 배우가 있다면 단독 주연을 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그렇게 오달수가 출연한 영화는 지금까지 약 40편이다. 이 가운데 총 5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박스오피스 2위인 ‘국제시장’을 비롯해 ‘변호인’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그리고 목소리 출연한 ‘괴물’에 그가 출연했다.

“모든 게 운이죠 운. 배우가 처음부터 1000만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읽지는 않잖아요. 저를 감동시키고 마음을 흔든 작품은 잘 되든 안 되든 좋았습니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보면 잘 되는 편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잘 된 영화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1억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1억 배우’는 ‘국제시장’의 흥행에 힘입어 오달수가 지난 1월 갖게 된 독보적인 타이틀이다. 한국 배우 최초로 출연 영화의 총 누적 관객 수가 1억 명을 돌파한 것.

“한 양반이 나도 기억 못하는 영화를 정리했더라고요. 저는 그저 재밌습니다. 재미 삼아 하는 거잖아요.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숫자에 의미를 붙이는 순간 될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1000만 이런 거 아무 필요 없습니다. 작품의 가치가 중요한 거죠.”

그렇다. 1억 명은 의미가 없다. 그의 관객 스코어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오달수는 이달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촬영에 들어간다. 이미 촬영을 마친 ‘베테랑’과 ‘암살’은 각각 5월과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암살’은 ‘도둑들’을 함께했던 최동훈 감독과 전지현 이정재 군단에 하정우 조진웅 그리고 이경영이 가세한 작품으로 올해 최고 기대작이다.

이에 반해 좀처럼 브라운관에는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2012년 방송된 드라마 ‘도롱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이 마지막이다.

오달수는 “요즘도 드라마 제안이 들어오지만 스케줄이 안 맞더라”며 “드라마는 오로지 다 바쳐서 해야 하니까 스케줄이 통으로 비었을 때만 가능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단막극을 추천하자 어록에 실어도 될 법한 멘트가 돌아왔다.

“단막극도 좋죠. 시켜만 주면 합니다. 저는 배우니까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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