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언프리티 랩스타'라 쓰고 '언밸런스 랩스타'라고 읽는다

입력 2015-03-20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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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리티 랩스타 제시, 사진|Mnet


'언프리티 랩스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욕설도, 편집도, 룰변경도 아닌 '밸런스'였다.

7주간에 걸쳐 가요계와 방송계에서 모두 많은 화제와 이슈를 뿌려대며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Mnet '언프리티 랩스타'가 이제 마지막 회만을 남겨두고 제작을 확정한 시즌2를 기약하게 됐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 '언프리티 랩스타'는 성공여부가 물음표에 싸인 프로그램이었다. 흔치 않은 여자 랩퍼들에 대해 과연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지도 미지수였고, 탈락이 없는 룰이 얼마만큼의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언프리티 랩스타'는 시작과 동시에 힙합 팬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으며 핫한 프로그램이 됐다. 게다가 음원차트에서도 발표하는 곡 모두를 상위권에 진입시키는 기염을 토하며 보란듯이 성공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방송 도중 여러가지 논란도 있었다. 여성 래퍼들간의 심한 감정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디스전, 여기에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악마의 편집 의혹, 최초의 룰을 뒤집은 참가자 교체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며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틀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출연자간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극히 일반론적인 이야기로, 누군가의 실력을 폄하하고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이라면 제시와 치타, 지민, 타이미, 졸리브이, 키썸, 육지담, 릴샴, 제이스까지 9명의 출연자들의 실력의 편차가 있다는 것을(심지어 출연자 본인들도 방송중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언프리티 랩스타 치타, 사진|Mnet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시와 치타의 실력이 여타 참가자들에 비해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현재까지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이 둘만이 '프로 래퍼'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같은 평가는 마지막회가 끝날 때까지 그리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그나마 지민이 AOA를 통한 무대경험과 의외성을 바탕으로 이들에 견줄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더불어 타이미와 졸리브이 정도를 제외하면 프로보다는 아마추어에 가까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실력의 편차는 지금까지 발표된 '언프리티 랩스타' 트랙의 주인공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트랙1 '밤샜지'의 경우 제시는 애초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치타 역시 팀 배틀이라는 룰로 인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던 점을 틈타 육지담이 주인공에 발탁될 수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지민과 경쟁을 펼쳐야 했다.

2번과 3번 트랙 'My Type'과 '시작이 좋아2015' 역시 애초에 경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됐고, 제시와 치타, 지민과 타이미의 구도에서 제시와 치타, 지민이 트랙의 주인공이 됐다.

또 트랙4 'T4SA'는 치타와 지민의 대결이었고, 트랙5 '슈퍼스타'는 제시와 키썸의 대결로, 1번부터 5번까지 모든 트랙의 최종후보에는 제시와 치타, 지민의 이름이 빠지질 않았다.

여기에 19일 방송에서 제시가 결승에 진출해 제시, 치타, 지민 3인은 전 트랙에 최종후보자로 이름을 올리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혹자는 '슈퍼스타'에서 키썸이 제시를 이긴 것을 두고 제시의 실력을 낮게 보거나 다른 참가자들의 가능성을 높게 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3부리그의 MK돈스에게 0-4로 패했다고 해서 맨유가 MK돈스보다 약팀이라고 하는 것과 별다를게 없는 비약일 뿐이다.

언프리티 랩스타 지민, 사진|Mnet


더 큰 문제는 시즌2가 진행된다고 해도 지금과 완전히 다른 포맷이 아니라면 이 같은 언밸런스는 그리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애초에 '여성 랩퍼'는 존재자체가 드문 편이며, 여기에 '잘하기까지 한' 랩퍼를 구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실제 여러 힙합 레이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과거 여성 랩퍼를 영입하려 했지만 실력있는 랩퍼를 찾지 못해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는 비단 국내 힙합씬에만 국한 된 이야기도 아니다. 힙합의 본토이자 수많은 랩퍼들이 활약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빌보드 핫 100을 점령하며 실력과 인기를 모두 인정받은 여성래퍼는 로린 힐(Lauryn Hil)과 릴킴(Lil' Kim), 쇼나(shawnna), 이기 아젤리아(Iggy Azalea) 단 4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런만큼 출연진을 아예 래퍼 지망생이나 순수 아마추어로 한정해 실력을 대폭 하향 평준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언밸런스의 문제는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전 세계를 뒤져봐도 유례를 찾기 힘든 소재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파격에 가려져 불균형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시즌2에서도 지금처럼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다면 사람들은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직 시즌 1이 끝나지도 않았고, 내년에나 볼 수 있을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를 벌써부터 걱정하는 것도 우스운 일지만, 인위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에 벌써부터 걱정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언프리티 랩스타, 사진|Mnet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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