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주년 특집|‘리듬체조 요정’ 신수지의 변신] 2008년 올림픽 요정…꿈 같은 추억, 공 굴리는 야식 킬러…꿀 같은 행복

입력 2015-03-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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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했다. 스포츠동아가 창간한 2008년, 꿈 많은 리듬체조선수였던 신수지는 현재 프로볼러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 신수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그 후…

스포츠동아가 신수지(24)를 처음 만난 것은 창간 2개월 뒤인 2008년 5월이었다. 당시 신수지는 2008베이징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이미 2007년 9월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리듬체조선수권에서 사상 최초로 9회 연속 백 일루전(Back Illusion·한쪽 다리를 축으로 중심을 잡고, 나머지 다리를 360도 수직 회전시켜 원을 만드는 동작)을 성공시키며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상황이었다. 한국선수가 올림픽 리듬체조에 나서기는 1992바르셀로나대회 김유경·윤병희 이후 처음이었다. 신수지는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에서 예선 12위에 올랐다. 비록 10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큰 박수를 받았다. 고교 3학년답지 않은 우아하고 세련된 연기 덕분에 제법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까지 태극마크를 지킨 그녀는 2011년 은퇴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최근에 는 프로볼링선수로 데뷔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베이징올림픽때 국민들의 환호 지금도 뭉클
‘10년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했었어요

작년 볼링 입문 9개월만에 프로 테스트 통과
3년후 ‘스포츠동아 창간10주년’땐 정상 설것

한국 리듬체조 위해 버티는 손연재 보면 대견
저도 언젠가 리듬체조 노하우 전수해 줘야죠


-(2008년 인터뷰 당시 허리를 뒤로 젖힌 사진을 보여주며) 벌써 7년이 흘렀네요.

“이런 동작도 했었나요? 이젠 못해요.(웃음) 저때 체중이 아마 40kg이 안됐을 거예요. 뼈만 있었던 것 같아요. 여고생이 얼마나 먹고 싶은 게 많았겠어요. 참느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새벽 2시에도 야식 먹어요. 꿀 같은 행복이죠. 이제 체중이 한 50kg 정도? 볼링에 맞게 몸을 좀 바꿨거든요. 체력과 근력이 많이 필요해서 스쿼트, 데드리프트 등을 많이 했어요. 등 쪽도 근육이 갈라지고 허벅지도 두꺼워지고…. 팔뚝도 남자 같지 않아요?(웃음)”


-2008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으음…. 내 인생의 전성기? 제가 올림픽 무대에 섰기 때문에 지금의 저도 있는 것 같아요. 베이징에서 한국 분들이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가슴 속에 벅찬 감동이 생기더라고요. ‘10년 동안 노력한 보람이 있구나. 여기까지 이겨내고 온 내가 대견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자비로 전지훈련 가고, 난방도 잘 안 되는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고생도 많이 했잖아요.

“리듬체조 할 때는 어머니, 아버지께서 운동 뒷바라지 하느라 더 힘드셨죠. 올해 두 분 다 환갑이세요. 돈 많이 벌어서 좋은 것도 많이 해드리고 싶어요. 효도해야 하는데….”


-2008년 인터뷰에서 “언젠간 날 위해 희생하신 부모님께 크루즈 여행 시켜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은 못 했네요. 우선 가까운 곳부터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지난해 11월 볼링 입문 9개월 만에 프로테스트 통과했잖아요. 리듬체조를 한 것이 볼링에도 도움이 되나요?

“이 매력에 빠져서 하루에 36경기를 치기도 했어요. 그 정도면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고 볼링장에서 살아야 하거든요. 그래도 운동을 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기본 바탕이 있었던 거죠. 또 유연성이 좋으니까 그렇게 훈련을 많이 해도 부상이 적더라고요. 리듬체조 할 때부터 운동만큼은 좀 독하게 했던 것 같아요.”

(신수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리듬체조에 입문했다. 볼링처럼 리듬체조 역시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다. 2008년 인터뷰에서 신수지는 “(또래들을 따라가기 위해) 첫 1년 동안은 하루 13시간을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하다가 프로선수까지 하게 됐어요?

“저 원래 운동을 좋아해요. 바다수영, 승마, 골프, 배드민턴, 테니스, 스쿼시, 야구, …. 친구들이랑 그냥 볼링장에 놀러갔는데 고작 60점을 친 거예요. ‘어, 이거 뭐지? 내가 명색이 볼 좀 굴렸던 여자인데. 말이 돼?’ 이랬다니까요. 오기가 생겨서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신수지가 리본 대신 볼링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는 3년 뒤 프로볼러로 최고의 자리에 서고 싶어 한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리듬체조와 볼링의 공통점이 있다면요?

“둘 다 개인운동이잖아요. 남들을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넘어야 해요.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것, 그 점이 같아요. 결국 멘탈이 중요한 거죠. 어떤 천재라도 훈련량이 적으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리듬체조나 볼링이나 승부사가 되려면 그만큼 땀을 많이 흘려야 해요.”


-이제 정신적으로도 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나요?

“제가 성격이 급하거든요. 처음엔 공만 나오면 무조건 굴렸어요. 공에 기름도 안 닦고요.(웃음) 이제야 좀 안정감이 생기고 차분해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보고 ‘두 얼굴’을 가졌대요. ‘볼링 할 때는 사람이 달라진다’고, ‘눈에서 레이저가 나갈 정도로 집중한다’고 그래요.”


-방송인으로서도 주목을 받는 것 같은데, 예전부터도 끼가 참 많았잖아요.

“노래나 춤 다 좋아했죠.(웃음) 하지만 전 ‘방송도 운동선수로서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 같은 거죠. 사실 사진도 스튜디오에서 찍는 것보다는 이렇게 볼링장에서 찍는 게 편하고 좋아요.”


-3년 뒤 2018년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스포츠동아 창간 10주년 때도 또 만나야죠.

“지금은 사실 프로볼링선수로서 거의 막내거든요. 주목받기엔 실력도 솔직히 모자라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니까 욕심낼 상황은 아니죠. 훈련한대로만 하자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저만의 노하우를 쌓아간다면 3년쯤 뒤엔 많이 발전할 거라고 믿어요. 그땐 프로볼링선수로서도 정상의 자리에 서고 싶어요.”


-볼링선수 이후 진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다시 리듬체조 쪽인가요, 아니면 볼링 쪽인가요?

“요즘도 가끔씩 리듬체조 동기들 모임에 나가곤 해요. 리듬체조 심판자격증도 있고, 해설도 했었고…. 올해도 틈틈이 국내대회에 가서 유망주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손)연재(21)를 보면 선배로서 너무 대단하고 기특해요. 제가 지금의 연재 나이에 은퇴를 했는데, 지금 연재는 한국리듬체조를 위해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제가 볼링에선 ‘나만의 것’이 있다고 하기엔 어렵고요. 리듬체조에선 제 노하우가 있으니까, 이론적으로도 공부를 해서 후배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어요.”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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