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김보경 “태극마크 간절함 더 커졌다”

입력 2015-04-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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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1-0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김보경은 1일 소속팀 복귀를 위해 출국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얻었다. 한 걸음 더 성숙해졌다”며 3월 A매치 2연전을 위해 대표팀에 합류한 뒤의 성과를 밝혔다. 상암|김진환 기자 kwangsin00@donga.com

브라질월드컵 후 9개월만에 대표팀 합류
당연한 줄 알던 태극마크 간절함 깨달아
우즈벡전 풀타임…뉴질랜드전 교체투입
측면 날개 가능성…새로운 도전 시작이다

“간절했는데, 또 다른 간절함이 더해진 시간이기도 했어요.”

축구국가대표팀 김보경(26·위건)에게는 8일간의 특별한 경험이었다. 지난해 6월 브라질월드컵 이후 9개월여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은 그는 우즈베키스탄(27일·1-1 무)∼뉴질랜드(31일·1-0 승)로 이어진 3월 A매치 2연전을 무사히 소화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발탁돼 소집기간 8일을 무난히 보냈다.

기대이하의 경기력을 보인 대표팀은 많은 실망감을 줬지만, 몇몇 태극전사들의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김보경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우즈벡전에서 풀타임을 뛰며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뉴질랜드전에선 후반 38분 교체투입됐음에도 제 몫을 충실히 해냈다. 모처럼 유쾌한 시간을 보낸 김보경은 1일 출국에 앞서 “새로운 도전을 얻었다. 한 걸음 더 성숙해졌다”며 밝게 웃었다.


● 간절했고, 또 간절하다!

3월 24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김보경의 첫 마디는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였다. 대표팀과 멀어진 지난 시간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가 걸어온 길은 탄탄대로였다. 2010년 1월 잠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이후 큰 위기가 없었다. 대표팀의 외면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었다.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으로도 활약했다. 이렇듯 태극마크는 그의 일부였다. “(대표팀은) 당연했다. 어느 순간 ‘당연히 내 몫’이란 생각으로 안주했다.”

그런데 잊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브라질월드컵이다. 아들 배웅 차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아버지 김상호(58) 씨는 “2014년부터 올해 초는 고통스러운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전 소속팀 카디프시티에서 거의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다 올해 초 떼밀리듯 위건(이상 잉글랜드 챔피언십)에 입단한 아들이다. 대표팀도 멀어졌다. 팀 훈련만 하고 정작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귀가할 때 애써 웃으며 “오늘 저녁은 뭐냐”고 외치는 아들이 안쓰러웠다.

“작년 하반기 A매치 소식과 호주아시안컵 내용을 접하면서 간절함이 다시 생겼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내내 그 생각만 했다.”

김보경은 또 다른 ‘간절함’도 얻었다고 했다.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태극마크의 소중함, 앞으로도 계속 대표팀에 합류하고픈 간절함이다. “이제 주전도 아닌데다, 합류조차 확신할 수 없는 처지다. 반성했고, 또 반성할 거다.”


● 뜻 깊은 복귀무대…. 또 헤어짐의 무대

한때 붙여진 ‘제2의 박지성’이란 닉네임은 부담스러웠다.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였을 때는 자신감이 됐지만, 못할 때 들으면 낯 뜨거웠다. 이번 소집의 최대 수확이 있다면 ‘다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되찾은 것이다. 우즈벡전은 온통 설렘으로 가득했다. A매치에 갓 데뷔했을 때처럼 가슴이 뛰었고, 긴장됐다.

“대표팀은 매번 기회가 오는 게 아니다. 분명한 건 ‘진행형’의 선수란 사실이다. 보여주지 못한 게 많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또 측면 날개로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그간 한 자리에서 확실히 경쟁할 수 없다는 단점이기도 했다. 이제는 제대로 경쟁하고 실력을 보이고 싶다.”

힘들었을 때 버팀목이 돼준 선배들에게도 감사할 따름이다. 뉴질랜드전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난 차두리(FC서울)는 “마지막 A매치에서 널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를 이끌어준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과 이영표(은퇴) 역시 고마운 형님들이다. “힘들수록 더 열심히 뛰라”는 이들의 격려는 큰 힘이었다. 김보경은 담담하게 말했다. “출발선에 다시 섰다. 이제 2경기를 다시 했을 뿐이다. 더 이상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다.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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