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B567 콘서트, “컨템퍼러리한 풍류란 이런 것”

입력 2015-05-31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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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던 공연. 음악적 창조와 융합.

CMB567의 콘서트가 5월 29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렸다. CMB는 Contemporary Music Band의 약자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요즘(현대)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 정도가 될 듯하다.

무대에 오른 악기만 봐도 상당히 ‘컨템퍼러리’하다. 플루트와 일렉 베이스, 클라리넷이 있는가 하면 해금과 가야금이 눈에 띈다. 굉장히 ‘컨템퍼러리’한 타악기들도 볼 수 있었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총 6곡이 연주됐다. 모두 국내 작곡가의 작품이다.

첫 곡은 ‘질주와 명상(김기영 작곡)’. 플루트(김희숙)이 ‘명상과 바람소리’를, 정가(문현)로 ‘사람소리’를, 그리고 타악(서수복)이 ‘맥박’을 연주했다.

플루티스트 김희숙은 플루트를 대금처럼 연주하는 놀라운 기법을 보여주었다. 플루트와 타악기가 주거니 받거니 질주를 하더니, 후반부에 들어서는 분위기를 싹 바꾸어 명상으로 접어든다. ‘이런 음악은 어떻게 종결될까’ 싶었는데, 박의 “딱!” 소리와 함께 일순 고요함이 찾아왔다.

두 번째 곡 ‘호접지몽’은 작곡가 황호준의 작품으로 이번 무대에서 초연됐다. 가야금 연주자 박성신은 농현을 최대한 절제해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몽롱한 혼돈을 지나, 음악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끝을 맺었다.

작곡가 박영란의 작품 ‘Heat Wave’는 제목 그대로 축축 처지는 한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를 느끼게 했다. 덥다, 덥다, 덥다. 악기의 소리만으로 이처럼 농밀한 더움을 표현할 수 있다니. 베이스클라리넷(김욱)의 ‘목젖’을 울리는 저음이 더움의 무게감을 더했다.

김기영 작곡의 ‘바위의 삶, 돌 위에 음악’은 꽤 흥미로운 모티브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에릭사티의 ‘그노시엔’과 대립구조를 지녔다. 작곡가가 에릭사티의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던 중, 에릭사티와의 시공간을 떠난 대회와 교감이라는 모티브를 얻어 탄생한 작품이다.

플루트와 피아노의 미묘한 교감이 흥미로웠다.

CMB567의 연주자들은 ‘악기는 작곡자의 의도를 소리로 표현하는 기구’라는 본분에 충실했다. 이들에게 양악기와 국악기의 구별은 없었다. 양악기가 국악기의 소리를 내고, 국악기가 양악기처럼 연주되기도 했다.

피날레 곡인 ‘Break The Wall’(박영란 작곡)은 말 그대로 장르간, 음악간, 악기간의 벽을 허무는 음악이었다. 인종과 종교, 지역과 계층, 불신의 벽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 이 모든 것을 음악으로 ‘통렬하게’ 깨부수는 작품이다.

CMB567의 행보가 앞으로도 무척 궁금하다. 2집 앨범이 곧 나온다니 일단 그것부터 들어 보아야겠다.

부제 그대로 ‘21세기 풍류를 찾아서’ 떠난 1시간 반의 행복한 여행이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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