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투수 출신 타자들, 잘 치는 이유는 ‘노림수’

입력 2015-06-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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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나성범-이대호(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이승엽 팔꿈치·이대호 어깨부상 계기로
추신수·나성범 ‘가능성’에 타자로 전향
“투수의 습성 파악 빠르고 수싸움 능해”

추신수.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삼성 이승엽(39), 텍사스 추신수(33), 소프트뱅크 이대호(33), NC 이호준(39), 나성범(26), kt 하준호(26)의 공통점은? 바로 투수 출신 타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투수 출신 타자가 가지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면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 투수에서 타자로

이승엽은 경북고 시절 에이스였다. 좌완투수로 명성을 날리며 프로팀의 눈독을 받고 있었다. 1995년 삼성 유니폼을 입을 때도 그의 포지션은 투수였다. 그러나 팔꿈치 수술로 타자로 전향하게 됐다. “팔이 나을 때까지만 타자를 해보자고 했던 게 지금까지 왔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텍사스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도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였다. 2000년 시애틀과 계약할 때도 그는 투수였으나 입단 직후 5툴 플레이어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이면서 타자로 전향했다. 추신수와 함께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이대호는 경남고 시절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던 우완투수였다. 투수로 2001년 롯데에 입단했지만, 첫해 전지훈련에서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내야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나성범은 연세대 좌완에이스였으나 NC 입단 후 김경문 감독의 권유로 타자가 됐고, 하준호 역시 투수로 뛰다가 타자로 전향했고, kt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 투수 출신 타자는 왜 잘 칠까

이들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뒤 성공시대를 열었다. 이승엽은 국민타자가 됐고, 추신수와 이대호는 각각 미국과 일본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호준은 22년 만에 300홈런에 도전중이고, 나성범은 1군 진입 2년 만에 최고타자의 기준이라는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투수 출신 타자들이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다”며 “투수로서 타자를 상대해봤기 때문에 수싸움에 능하다. 투수들의 습성이나 포수의 호흡 등을 빠르게 캐치한다. 그래서 투수 출신 타자들은 노려치기를 잘 한다”고 했다. 노림수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호준도 “내가 투수라면 이런 순간에는 이런 공을 던지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100%는 아니지만 얼추 맞아 들어가는 게 있다”고 귀띔했다.

이뿐 아니다. 김 감독은 “투타를 겸업했던 선수들은 공부로 치면 우등생들이다. 기본적으로 재능이 풍부하다”고 했다. 실제 LA 다저스 류현진도 동산고 시절 4번타자였고, 봉중근 역시 메이저리그에 타자로 진출했다가 투수로 전향한 경우다. 즉, 아마추어 시절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투수를 하는 만큼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도 상대적으로 적응이 빠른 것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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