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광대의 모습 희로애락 담아내는 인물 욕심 난다”

입력 2015-07-09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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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은 ‘손님’에서 병든 아들을 고치려고 광대 짓을 하는 떠돌이 악사다. 전작 ‘7번방의 선물’, 차기작 ‘7년의 밤’도 부성애 영화여서 ‘손님’과 류승룡의 만남이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배우 류승룡이 영화 ‘손님’에 출연한 이유

영화 ‘손님’의 희극적인 면이 매력
부모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부성애’
실제 나이도 외모도 딱 아빠의 모습
이국적 정서·동화·판타지에 흥미


배우 류승룡(45)의 영화 ‘손님’ 출연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영화는 꽤 희극적이다. 배경은 한국전쟁이 막 끝난 때다. 류승룡은 병든 아들을 고치려고 피리를 불며 광대 짓을 하는 떠돌이 악사다. 이미 ‘내 아내의 모든 것’, ‘7번방의 선물’을 통해, 익숙한 영화 주인공들과는 다른 세계에 놓인 듯한 인물을 표현해왔던 그의 잠재력은 ‘손님’(감독 김광태·제작 유비유필름)으로 이어진다.

류승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접하지 않은 배우였다면 갸우뚱했을 것 같은 역할이다. 20대 때 탈춤부터 한국무용, 애크로바틱을 해왔다. 5년간 ‘난타’ 공연도 했다. 광대의 모습,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인물에 욕심이 난다.”

‘손님’과 류승룡의 만남이 익숙해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부성애’에 있다. 그의 최근 출연영화 목록을 관통하는 공통된 키워드이기도 하다. 1280만 관객을 모은 ‘7번방의 선물’과 이번 ‘손님’ 그리고 촬영을 앞둔 ‘7년의 밤’이 그렇다.

실제로 두 아들을 둔 아버지인 그는 “부모라면 누구에게나 내재돼 있는 마음 아니겠느냐”며 “그동안 연기한 영화 속 아버지들도 큰 충격이나 사건을 겪지 않았더라면 실제 나와 비슷한 평범한 아버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나이’와 ‘외모’ 이야기도 곁들였다. “내 나이 즈음 되면 외모도 그렇고, 딱 아빠의 모습 아닌가. 하하! 2004년 영화 데뷔작이던 장진 감독의 단편 ‘소나기는 그쳤나요’에서 처음 맡은 배역부터 중학생 아이를 둔 아버지였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매년 한두 편의 영화를 촬영하고 개봉하기를 반복해온 그는 최근 “본의 아닌 휴식기”를 보냈다고 했다. ‘도리화가’ 촬영이 올해 1월2일 끝났고 ‘손님’의 개봉은 9일이니, 그 휴식은 6개월간 이어졌다. 그 사이 류승룡은 “몸을 추스르고 책도 많이 봤다”고 했다.

“나를 그냥 놔두고 구속하거나 속박하지 않았다. 연기가 정말 좋아서 늦게 시작한 편이다. 촬영 현장이 제일 좋다. 그래도 지금껏 너무 앞만 보고 왔나 싶기도 하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내놓은 ‘손님’은 공포와 판타지가 결합된 장르다. 아들과 서울로 향하던 악사 우룡(류승룡)은 우연히 외딴 마을로 접어들고,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난다. 마을은 기형적으로 늘어난 쥐떼로 몸살을 앓던 상태. 우룡은 피리를 불어 그 쥐들을 없애고, 그 공으로 마을 사람들의 환심을 산다. 그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비극적이다.

류승룡은 “이국적인 정서와 동화의 만남, 그렇게 버무려진 판타지 장르가 흥미로웠다”고 했다. “집단 이기주의와 군중심리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갈래로 가능하다”며 “단순히 쥐가 만드는 충격적인 비주얼 쇼크가 전부가 아니라, 사람에게 내재된 분노와 폭력성이 만드는 공포가 있다”고도 했다.

휴식이 길었던 만큼 활동은 빨라진다. 이르면 9월부터 새 영화 ‘7년의 밤’ 촬영을 시작한다.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영화는 사고로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와 그에게 딸을 잃은 또 다른 아버지가 벌이는 이야기다. ‘독서광’이기도 한 류승룡은 원작 소설의 팬으로 영화화를 기다려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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