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현역서 모두 물러난 ‘조범현 키즈’

입력 2015-08-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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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경완-삼성 진갑용-LG 현재윤(맨 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코치 때 키운 제자들 모두 그라운드와 아듀
진갑용, 2000년 사제의 연…최고 포수로!

무협지에나 등장할 법한 ‘문파’가 한국프로야구에도 존재한다. 투수쪽의 대표는 김시진 전 감독이 이끄는 사단이다. 김 전 감독은 투수코치 시절 ‘현대왕조’의 일등공신이었다. 정명원 kt 투수코치, 정민태 한화 퓨처스 투수코치와 더불어 김수경, 조용준, 이동학, 오재영 등 4명의 투수 신인왕을 키워냈다. 투수의 공을 받는 포수쪽의 대표적 문파는 ‘조범현 사단’이다. 이들은 20년 가까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 현역에서 물러난 ‘조범현 코치’의 제자들

조범현 kt 감독의 배터리코치 시절 대표작은 박경완 SK 육성총괄과 최근 삼성에서 은퇴한 진갑용이다. 우리 나이로 마흔 둘에 현역 은퇴를 결정한 진갑용은 그라운드에 남아있던 유일한 ‘조 코치의 제자’였다.

1992년 삼성에서 은퇴한 조 감독은 1993년 쌍방울 배터리코치를 맡았고, 박경완을 만났다. 당시 조 코치가 박경완의 옆집으로 이사해 놀이터에서 밤새도록 훈련했다는 일화는 후배 포수들에게 전설적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박경완은 “조 감독님이 안계셨으면 지금의 나는 절대 없다. 몸도 힘들었지만, 한 경기에 투수들이 던진 130여개의 공을 1구부터 마지막 공까지 코스와 구종을 하나하나 복기하며 상황을 통째로 외우게 했던 훈련이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진갑용은 2000년 삼성에서 조범현 배터리코치를 만났다. 아마추어 시절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대형 포수라는 찬사를 들었던 진갑용은 혹독한 훈련을 통해 프로에서 진정한 최고 포수로 거듭났다. 그리고 삼성에서 17년간 7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 투수의 신뢰 부르는 포수의 무한책임론

‘조범현 배터리코치’ 문파의 특징은 무조건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현미경 같은 관찰과 완벽한 실력, 이론을 조화시켜 투수들의 믿음을 얻은 데 있다. 현재윤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신인(2002년) 시절 중국에서 당시 조범현 배터리코치와 훈련을 했다. 너무 힘이 들어 기절을 했는데, 응급실에 누워있다 보니 배우지 못하는 시간이 아까워 엉엉 울며 코치님을 불러달라고 했던 일이 기억난다. 2003년 SK 감독으로 가셔서 함께한 시간이 길지 못했다. 2~3년만 더 배웠어도 내 야구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웃으며 “무사만루 역전 위기에서도 투수가 포수를 믿고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완벽한 블로킹과 송구 능력을 강조하는 훈련, 그리고 타자의 발 위치와 스윙 궤도를 보며 리드를 완성해가는 이론 등을 훈련했다. 매우 어렵고 따라가기 힘든 가르침이지만, 큰 가치가 느껴졌다”고 추억했다.

조범현 배터리코치가 1990년대 후반 쌍방울에서 애정을 쏟았던 장재중 코치는 SK, KIA, kt에서 배터리코치로 일하며 조 감독과 계속 함께하고 있다. 박경완과 진갑용도 지도자로 새 출발을 준비 중이다. 이제 모두 유니폼을 벗었지만, 포수 명가는 KBO리그에서 계속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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