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녀, 칼의 기억’, 배우를 얻고 무협을 잃다

입력 2015-08-12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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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 ‘암살’·‘베테랑’ 등 한국영화 흥행 릴레이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 이병헌과 전도연, 김고은 등 배우들의 완성도 높은 연기력은 단연 일품이라는 평가다. 사진제공|티피에스컴퍼니

■ ASACC 키워드로 본 영화 ‘협녀’

“멜로 연장선 있는 영화”…아이러니
여유를 찾을 수 없는 비장미 아쉬움
이병헌 연기력은 전율을 느낄 정도

개봉 시기, 단 하나만으로 이렇게 관심을 모은 영화가 또 있을까.

13일 개봉하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제작 티피에스컴퍼니·협녀)은 지난해부터 곧 ‘언제 공개하느냐’는 시선을 받아왔다. 당초 예정한 시기를 지나보낸 것은 주인공 이병헌이 연루된 스캔들의 여파다.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이 대개 그렇지만 ‘협녀’는 유독 ‘이병헌의 영화’라는 점이 더 도드라진다. 그만큼 그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강하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협녀’는 올해 여름 극장가의 ‘대작 격전’에 나서는 마지막 작품. ‘암살’, ‘베테랑’의 공세 속에 ‘협녀’는 어떤 경쟁력으로 관객을 맞을까. ‘아삭’(ASACC)한 키워드로 살폈다.

연기(Acting)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이병헌은 역시 연기에 관한 한 흠 잡을 데 없는 실력자다. 천민 출신으로 왕의 자리를 탐하는 검객을 연기한 그는 패기 넘치는 젊은 시절과, 권력에 빠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명의 인물을 전혀 다른 개성으로 표현했다. 공주와 결혼을 밀어붙이다 왕(김영민)을 앞에 두고 “네가 나의 주인인가, 내가 너의 주인인가”라고 읊조리는 장면에선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 이야기(Story)

간단치 않다. ‘차’(茶)와 ‘민란’ 그리고 ‘무인’이 지배하던 고려 말, 풍진 시대를 살아간 세 검객은 저마다 복잡한 사연을 가졌다. 이병헌과 전도연은 과거에 뜨겁게 사랑했고, 지금도 그 마음을 놓지 못한다. 이들에게 복수를 꿈꾸는 김고은은 출생의 비밀을 지녔다. 사연 많은 이들의 삶은 피곤한 법. 그들이 좇는 ‘대의’를 두 시간 동안 지켜보다, 지친다.


● 연상(Association)

태생적인 비교대상 ‘와호장룡’의 그림자는 어쩔 수 없다. 대나무 숲 대련 장면은 판박이 수준. 어쩌면 무협장르를 ‘한국화’하기에는 수십년간 관객에게 각인된 ‘중국 무협 DNA’의 파괴력이 예상보다 강할 수도. 그래서일까. 기획부터 ‘무협액션’을 강조해온 영화는 어찌된 영문인지 개봉 직전 ‘멜로’를 부각한다. 첫 시사회 직후 박흥식 감독은 “무협이 아닌 멜로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라고 밝혔다. 아이러니다.


● 창의력(Creativity)

영화는 전도연을 통해 ‘협(俠)’을 드러낸다. 담고 있는 뜻 가운데 하나를 풀자면 ‘힘없는 약자를 돕는다’는 의미. 아주 간단한 이 명제를 무협의 세계에서 펼치려다보니, 상황은 복잡해지고 인물들의 처지는 비극으로만 치닫는다. 모두가 지나치게 비장하다는 점에서, 관객의 선호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 완성도(Completeness)

강약 조절 실패랄까. 기승전결의 부진이랄까.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 여유를 찾을 수 없는 비장미, 신념으로 꽉 찬 인물들이 반복될 뿐이다. 엄지 치켜세우고 추천하기는 어려운 쪽에 속하는 영화. 다만 이병헌과 전도연, 김고은 등 주연은 물론 이경영과 김영민 등 참여한 배우들의 활약은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더 아쉽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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