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무도가요제’ 이쯤에서 그만하면 안 될까요

입력 2015-08-14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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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가요제, 사진|동아닷컴DB

'무한도전'의 격년 프로젝트 '무한도전 가요제(이하 무도가요제)'의 다섯 번째 편인 '2015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가 13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개최됐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로 시작한 무도가요제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년을 주기로 개최되고 있으며, 올해 역시 가요제 장소가 확정되자마자 2박 3일에 거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또한 앞선 4회의 사례와 '무한도전'의 파급력, 가요제에 참가한 뮤지션들의 명성을 고려할 때 올해 무도가요제의 음원 역시 출시와 함께 차트 줄세우기가 당연시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환호를 받는 무도가요제이지만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한편으로는 불편한 부분도 없지 않다.

단순히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깎아 내리는 의도는 아니다. '무한도전'의 인기에 가려있을 뿐이지 무도가요제는 시작부터 몇몇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왔다.

대표적으로 제작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그것이다.

무도가요제, 사진|동아닷컴DB


올해 무도가요제를 보기위해 평창을 찾은 사람들은 약 4만여 명으로, 1만여 관객이 들어설 수 있는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이 가능한 가수들이 손에 꼽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어마어마한 인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기는 고스란히 음원 차트 성적으로 이어지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음악을 만들어온 제작자들의 입장에서는 페어플레이적인 측면에서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무한도전'이 가요제를 준비하고 노래를 만드는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성적이 단순히 노래로 인한 인기가 아니라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얻는 메리트가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혹자는 음원 수익을 사회 공헌 성금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들어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이는 수익의 사용처는 음반 제작의 정당성과는 사실상 무관한 이야기이다.

한 제작자는 "극단적으로 가정해서 생활고에 허덕이면서 겨우 앨범을 낸 제작자의 곡이 차트 90~100위권에 진입했고 나름대로 좋은 평을 받아 좀더 순위가 상승할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는데, 다음날 무도가요제 음원이 나왔다고 치자. 그럼 이 곡은 차트에서 사라지고, 사실상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수익을 전액 성금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수익을 바라고 음원을 발매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음원을 등록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또 프로그램의 취지 역시 음원을 등록해서 수익을 발생시키면 안되는 것이었다. 시청자의 요청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MP3 무료 배포 등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다. 성금이 목적이라면 그냥 방송을 통해 모금 사실을 알리고 꾸준히 모금을 진행하면 된다. 음원을 유통시킨 것부터가 순수성에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무도가요제, 사진|동아닷컴DB


그는 "'무도가요제'는 광고와 PPL만 해도 제작비를 충당하고도 남는 입장이다. 솔직히 우리들 입장에서는 미디어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페어플레이를 무시하고 시청률과 이슈를 노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한탄했다.

사실 제작자들의 반발은 꾸준히 있어 온 문제로, 이전까지의 '무도가요제'는 이에 맞서 프로그램을 진행시킬 '명분'이 있었다.

첫 회인 강변북로 가요제는 멤버들의 가수 도전, 2회는 듀엣 도전, 박명수의 어떤가요는 박명수의 작곡가 도전 등 가요제를 여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2011년 3회째인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부터는 이러한 명확한 명분은 없고 그저 '무도가요제를 위한 무도가요제'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3회와 4회까지는 다른 장르 도전이나 자아성찰과 같은 모습이 담기기도 했지만, 이번 영동고속도록 가요제부터는 이유와 명분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정말로 흥행과 이슈만을 위한 가요제가 됐다.

이는 제작진과 멤버들의 매너리즘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무도가요제, 사진|동아닷컴DB


간혹 이번 가요제가 평창에서 열리는 것을 두고 동계올림픽을 홍보한다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과연 얼마나 큰 홍보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현장에 모인 해외 관람객들은 대부분이 GD와 태양 등을 보러온 사람들이며, 국내 관람객들역시 '무한도전'을 보러온 것이지 평창 올림픽의 준비 상황을 보러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림픽의 개최 시기는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그나마 현장을 방문해 발생했을 관심도가 얼마나 지속이 될 지도 알 수 없다.

만약에 무도가요제가 정말로 평창올림픽을 홍보하려는 계획이 있었으면, 아예 이번 기획을 '평창 올림픽 주제가'로 정하고 진행했어야 함이 옳을 것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진지하게 '무도가요제'를 왜 하느냐고 물으면 무슨 대답을 할 지 궁금하다"며 "누가 봐도 지금 무도가요제는 이슈와 흥행을 위해서 때가 됐으니 하는 것일 뿐이다. 처음에 2주에 걸쳐 진행된 프로그램이 지금은 4주, 5주 동안 쪼개서 방송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라고 밝혔다.

지금의 '무도가요제'는 대의명분은 없고 인기와 이슈, 흥행만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무도가요제에 참여한 가수들을 제외한)기존의 가수들과 제작자에 대한 폭력 행위에 가깝다.

'무한도전'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가요제의 중단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무도가요제, 사진|동아닷컴DB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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