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가은 “변치 않은 목소리로 세월을 견디는 노래 부르고파”

입력 2015-08-1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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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은가은. 사진제공|HYP엔터테인먼트

최근 ‘네버 세이 굿바이’를 발표한 가수 은가은(김지은·28)은 10여년간 음악의 여러 장르를 두루 섭렵했다. 그가 장르를 하나씩 섭렵해가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전천후 뮤지션’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소프라노 조수미를 보며 가수를 꿈꿨던 은가은은 중·고교 때 성악을 전공했고, 여러 콩쿠르를 휩쓸었다. 고교 때는 한때 힙합에 빠져 거리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부산 동주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면서 재즈를 공부했다. 당시 지도교수가 이끄는 재즈밴드에 객원보컬로 활약했다.

21살이던 2007년엔 MBC ‘쇼바이벌’에 참가해 일반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고 신해철의 눈에 띄어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신해철은 그를 로커로 키우려 했다. 신해철에게서 ‘샤우팅’을 배우며 ‘스핀’이라는 이름의 여성 4인조 헤비메탈밴드로 데뷔를 준비했다.

4년간 준비하면서 곡 작업도 하고 신해철의 전국투어에 코러스로 동행하기도 했지만, 데뷔가 하염없이 늦어지면서 팀이 데뷔하기도 전에 해체되고 말았다. 은가은은 “당시 데뷔했더라면 일대 센세이션이 일어났을 것이다. 여자가 ‘샤우팅’을 하고, 드럼도 격렬하게 하는 팀은 없었다”며 웃었다.

헤비메탈밴드의 꿈을 접은 그는 잠깐의 휴식기 끝에 새로운 소속사를 만났고, 당시 소속사는 댄스가수로 데뷔할 것을 권했다. 그리고 2013년 ‘드롭 잇’이란 댄스곡으로 정식 데뷔했고, 이듬해 ‘베이비 베이비’라는 댄스음반을 1장 더 낸 후 현재 소속사 HYP엔터테인먼트에서 ‘네버 세이 굿바이’를 내면서 발라드 가수로 다시 새로운 시작에 나섰다.

“결국은 발라드 음반을 냈지만, 처음엔 트로트 음반을 준비했었다. 중학교 때는 잠깐 창을 해보기도 했다. 돌아보면 모든 장르를 섭렵해보라는 신의 계시가 아니었나 싶다. 하하.”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그는 복잡한 음악적 식성에 대해 “원래 좋아하던 스타일은 록이고, 잘하고 즐겨 부르는 건 발라드”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정리’했다. 이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렛 잇 고’ 커버영상과 SBS ‘스타킹’에서 엄청난 고음으로 화제를 모았다.

대개 3옥타브 파 정도면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낼 만한 고음으로 여겨지지만, 은가은은 3옥타브 라까지 고음을 낸다. 소름 돋는 그의 고음으로 페이스북 친구는 2년 만에 9만 명을 넘었고, ‘렛 잇 고’ 커버영상은 조회수가 1000만 회가 넘었다. 노래 좋아하는 누리꾼이라면 SNS 상에서 한번쯤 접했던 가수다.

조수미와 이선희가 롤모델이라는 은가은은 “같은 목소리로 오랫동안 노래하는 가수, 그 변하지 않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그 역시 변하지 않은 목소리로 오랫동안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은가은은 중국 활동을 앞두고 있다. 9월에 중국에서 쇼케이스를 벌이고, 더원의 중국투어에 게스트로 참가한다. 이미 현지에선 ‘여자 더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은가은이 4년간 신해철의 문하생으로 연습하면서 그로부터 들었던 여러 조언 중에 ‘주눅 들지 마라. 너는 로커다’라는 말을 가슴에 가장 깊이 새기고 있다. 자신감이 없던 그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주던 말이었다.

“진짜 원했던 일들이 이제 시작된다. 오랫동안 준비하다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어릴 때 데뷔했으면 멋모르고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조심스럽고, 완벽해야겠다는 강박도 있다. 더욱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마음, 이번에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부담도 많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이 있었고,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어려운 시작이고 신중한 시작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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