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퍼트·뜨거운 가족애…스피스-박인비 닮았네

입력 2015-08-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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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스피스와 박인비는 비슷한 점이 많다. 화려한 장타보다 정교한 퍼트를 앞세운 짜임새 있는 경기와 놀라운 집중력 그리고 가족들의 든든한 후원을 등에 업고 있다. 스피스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여동생 엘리(왼쪽) 그리고 박인비와 남기협 부부. 스포츠동아DB

■ 남녀 세계랭킹 1위의 공통점 3가지

1. 컴퓨터 퍼트

스 홀당 평균퍼트수 1위 박 평균타수 1위
무섭도록 정교한 퍼트…그린플레이 강자

2. 뜨거운 가족애

스 “동생 엘리로 인해 좀 더 겸손해졌다”
박 “항상 내 편이 돼준 남편, 성공의 힘”

3. 기복없는 플레이

자신만의 ‘맞춤 스윙’으로 꾸준함 유지
스 14개대회 톱10…박 11개대회 톱10


조던 스피스(22·미국)의 골프황제 등극으로 올해 남녀 프로골프투어는 모두 1인자가 한번씩 바뀌었다. 박인비(27)는 6월 리디아 고(18)를 2위로 밀어내고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로 복귀했다. 스피스와 박인비는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한 점이 많다. 경기는 힘이 아닌 정교함으로 풀어간다. 경기 중엔 표정의 변화가 크지 않으며 실수를 해도 크게 화를 내는 법이 없다. 둘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


무섭도록 정교한 퍼트

스피스와 박인비는 모두 장타자가 아니다. 스피스의 드라이브 샷 평균거리는 292.3야드로 PGA 투어 77위다. 박인비 역시 248.28야드로 LPGA투어 83위다. 드라이브 거리는 중하위권이다. 드라이브의 정확도 역시 좋은 편은 아니다. 스피스는 63.06%(84위), 박인비는 75.94%(40위)다. 아이언 샷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스피스의 그린적중률은 44위(68.42%), 박인비는 5위(75.12%)에 올라 있다.

눈여겨볼 점은 그린 플레이다. 스피스는 PGA투어에서 가장 짠물 퍼트를 하고 있다. 홀 당 평균 퍼트 수 1.692개(1위), 라운드 당 퍼트 수 27.71개(1위)다. 특히 3퍼트 확률이 크게 낮았다. 올해 2.12%(18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린에서 실수가 없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공을 그린에 올렸을 때 원 퍼트로 끝내는 확률은 무려 44.30%(1위)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3피트(약 1m) 이내 퍼트의 성공률은 99.83%로 실수가 없다. 컴퓨터처럼 정확한 퍼트 덕분에 라운드 당 가장 많은 버디(4.62개·2위)를 잡아내고 있다. 안정된 퍼트는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균타수는 68.72타(1위)다.

박인비의 퍼트 역시 정교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홀 당 평균 퍼트 수 1.75개(2위), 라운드 당 평균 퍼트 수 29.19개(12위). 박인비 역시 정교한 퍼트 덕에 많은 버디를 만들어 낸다. 올해만 280개(3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타수는 69.39타로 1위다. 올 시즌 56차례(1위) 언더파, 60타대로 경기를 끝낸 라운드는 35회(1위)나 된다.

● 뛰어난 집중력과 가족의 힘


스피스가 펼친 경기 내용을 보면 얼마나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스피스는 보기를 기록한 후 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는 수치를 나타내는 바운스백(Bounce Back) 능력이 탁월하다. 올해 28.85%를 기록하며 전체 3위다. 놀라운 정신력과 집중력은 가족사랑에서 힘을 찾을 수 있다. 그의 여동생 엘리는 신경학적 장애(자폐증)가 있다. 스피스는 이런 여동생을 끔찍하게 사랑한다. 동생을 위해 여행하는 모든 곳의 열쇠고리를 사서 선물하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는 동생의 학교에서 매주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스피스는 마스터스 우승 뒤 “동생 엘리는 항상 나에게 영감을 주고 동생으로 인해 조금 더 겸손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사랑이 스피스에게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을 갖게 한 것이다. 이 같은 정신력과 집중력은 경기 중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어지며, 우승을 앞둔 상황이나 실수를 하고 난 뒤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박인비의 집중력 또한 대단하다.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십. 세계랭킹 2위로 밀려난 박인비는 리디아 고(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세계랭킹 3위)와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다퉜다. 1위 탈환을 위해서 반드시 우승이 필요했던 박인비는 긴장되고 팽팽한 승부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72홀 동안 보기를 하나도 기록하지 않는 ‘보기 프리’ 경기를 펼치면서 우승에 성공했다. 박인비의 집중력과 정신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박인비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4년 넘게 우승하지 못했다. 골프를 그만둘까하고 생각도 했다. 그럴 때 쓰러지지 않도록 힘을 준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다. ‘사랑’의 힘이 박인비를 위대한 골퍼로 만들었다. 남기협 씨는 프로골퍼 출신으로 박인비의 고민을 누구보다 빨리 이해했다. 또 그가 연인으로 박인비의 옆에 있으면서 심리적인 위안뿐 아니라 골프의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이 됐다. 박인비는 “골프선수란 항상 누군가와 경쟁을 해야 하는 직업인데 옆에 누군가가 항상 내편이 되어 준다는 것은 큰 힘이다”며 성공의 요인으로 남편의 외조를 빼놓지 않았다.



● 기복 없는 꾸준함이 장점

스피스와 박인비는 자신들에게 딱 맞춰진 스윙으로 기복 없는 경기를 펼친다. 스윙만 놓고 봤을 때, 스피스의 스윙은 완벽하지 않다. 특히 팔로스루 동작에서 왼 팔꿈치를 옆으로 치켜드는 일명 ‘치킨 윙’ 현상이 발생한다. 아마추어 골퍼가 이렇게 스윙하면 슬라이스를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피스는 이 독특한 스윙을 자신에게 적합하게 만들었다. 스윙코치인 캐머런 맥코믹과 연구를 거듭한 스피스는 스윙스피드, 타구각, 스핀양 등의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스윙을 찾아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스윙 폼은 조금 특이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면서 일관된 경기력을 펼치게 된 것이다.

박인비의 스윙 역시 정통과는 거리가 멀다. 주니어 시절 손목 코킹을 많이 사용해 큰 거리를 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손목에 부상을 입은 이후 손목을 쓰지 않는 스윙으로 바꿨다. 최근의 스윙은 조금 더 특이한 모양이다. 백스윙 때 클럽을 빠르게 올렸다가 다운스윙 때 공을 향해 ‘툭’하고 내려찍듯이 스윙한다. 언뜻 보기에 박인비의 스윙에는 허점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스윙코치를 맡고 있는 남편 남기협씨는 “박인비에게 맞도록 심플하게 압축시킨 스윙”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스윙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스윙이라는 것을 스피스와 박인비가 보여주고 있다.

2015년 스피스와 박인비의 성적은 흠 잡을 데 없다. 스피스는 21개 대회에서 4승(우승확률 19%)을 올렸다. 준우승 4회, 3위 1회를 기록했고, 톱10에만 14차례 들었다. 컷 탈락은 단 2번뿐이다. 박인비는 18개 대회에서 4승(우승확률 22%)을 기록했다. 컷 탈락은 딱 한번 있었고, 11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

큰 대회에서 강한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메이저대회에서 2번씩 우승했다. 스피스는 마스터스와 US오픈, 박인비는 KPMG 위민스PGA챔피언십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나머지 메이저대회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을 보였다. 스피스는 디오픈 공동 4위, PGA챔피언십 2위를 기록했다. 박인비는 US여자오픈 3위, ANA인스퍼레이션 공동 11위에 올랐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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