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김재원, 삼전도 굴욕…참혹한 고통에 제 머리 짓이겨

‘화정’ 김재원, 삼전도 굴욕…참혹한 고통에 제 머리 짓이겨

김재원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 피 눈물 서린 그의 삼배구고두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아릿하게 만들었다.

1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 42회에서는 병자호란 중 조선이 승기를 잡기 위해, 소현세자(백성현 분)와 봉림대군(이민호 분)이 인조(김재원 분)의 윤허 아래 정명(이연희 분) 주원(서강준 분) 인우(한주완 분) 등과 힘을 합해 청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이어졌다. 그러나 최후의 결전마저 패배로 돌아가며, 조선은 결국 청국에 항복해 눈물바다를 이뤘다.

이 가운데 인조는 자신이 얼마나 못난 왕인가를 여실히 깨달았다. 전쟁에서 패하고 청과 군신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상황. 인조는 “임금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이것이 아니더냐”라고 말하며 삼전도로 향했다. 인조는 이와 함께 지난 날 광해(차승원 분)가 자신에게 했던 충고를 떠올렸다. “너는 언젠가 이 땅에 가장 뼈아픈 패배를 가져올 것이며, 너는 이 나라를 가장 큰 어둠으로 몰아넣을 것이니 그날 너는 오늘 이 순간보다 더한 고통과 모멸을 얻게 될 것”이라 말했던 과거 광해의 말이 현실이 되어 고스란히 돌아왔음을 깨닫고, 인조는 참혹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이어 인조는 청의 황제 홍타이지(정성운 분) 앞에 곤룡포를 벗고, 죄인처럼 나섰다. 인조는 “조선의 왕은 대 청국의 천황 폐하 앞에 무릎을 꿇고 삼배구고두를 행하라”라는 명령에 이를 악문 채 걸어나가,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는 홍타이지를 향해 절을 하고,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짓이긴 이마에서는 피가 줄줄 흘렀지만, 인조는 개의치 않고 예를 다했다. 인조의 처절한 모습은 과거 우리 민족의 치욕적인 역사를 재현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더욱이 김재원은 고통, 분노와 수치스러움이 공존하는 압도적인 표정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재원은 사시나무 떨 듯 떠는 몸짓과 휘청거리는 무릎, 그리고 잔뜩 핏발선 눈동자로 인조의 모멸감을 완벽하게 묘사해냈고, 그의 혼신의 연기는 안방극장을 눈물로 적시는 기폭제가 됐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