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은, ‘애기’에서 ‘엄마’가 되기까지

입력 2015-09-05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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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야 가자!” 드라마 ‘파리의 연인’ (2004) 속 이 대사 한 마디로 ‘애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배우 김정은(39)은 로코퀸의 영광 대신 학교 폭력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 정덕인으로 시청자 앞에 섰다. ‘내려놓기’ ‘덜어내기’를 실천하고 있는 그는 지난 8월30일 종영된 MBC ‘여자를 울려’를 통해 데뷔 후 20년 동안 알지 못했던 자신의 여러 가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 것을 고집하고 내 것만 주장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다 열어두고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세가 최고라고 느꼈어요. 20년 전 저는 아기였어요. 저밖에 몰랐죠. 근데 이제는 촬영장을 지키는 산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 내려놓으려고 하냐면 버리지 않으면 연기를 못하겠더라고요.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저를 어려워하는 게 느껴지고,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다가오지 않아요. 꼰대라는 말이 있죠? 어떨 때는 꼰대가 되는 게 무서워요. 그래서 더 빈틈을 보이고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죠.”

그는 ‘여자를 울려’를 촬영하면서 넓은 마음을 가지려고 했다. 미혼인 여배우에겐 부담이 될 법한 역할이지만 ‘나는 엄마다’라는 심경으로 정덕인의 감정을 표현했다.

“제 나이에 ‘파리의 연인’을 하는 게 더 이상하죠. 아이가 있는 설정은 괜찮았어요. 하지만 아이를 위해 교무실에서 난리를 치고 자식 일에 드세지는 부분은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감독님이 ‘전국의 엄마들이 네 뒤에 있다’고 격려해주셨어요. 제가 그렇게 소리를 크게 지를 수 있는 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많은 걸 배웠어요. 그럼에도 연하남과의 로맨스가 있었기에 힘이 났습니다. (웃음) 옛 경험을 되살리면서 송창의와 신나게 촬영했어요.”


새롭게 알게 된 점은 큰 성량만이 아니었다. 김정은은 액션 연기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도 들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여배우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에게 있어선 놀라운 재발견이다.

“감독이 배우의 새로운 면을 꺼내 주면 그 배우는 굉장한 희열을 느껴요. 제게 액션의 재미를 알게 해주신 ‘여자를 울려’ 김근홍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웃음) 정덕인의 액션은 판타지가 섞여 있어요. 밥집 아줌마가 남자들을 한방에 물리치는 것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죠. 몸은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특히 전갈처럼 몸을 꺾는 동작은 제가 직접 했습니다. 감독님은 ‘박수 칠 때 떠나라’고 하시는데 저는 자꾸 욕심이 나요.”

김정은은 ‘여자를 울려’를 통해 시청률을 보장하는 배우임을 또 한 번 증명했다. “감사한 일”이라며 겸손하게 답하면서도 캐릭터 선택과 작품의 매력을 알아채는 능력에 대해선 자신감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의 기대치를 끝까지 이어가야 하는 게 숙제”라며 “작품을 할 때마다 나만의 고민이 있고, 나만 알고 있는 성장한 부분도 있다. 늘 반성하면서 조금씩 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내적 성장이든 외적인 수치든 배우로서의 김정은은 행복하다. 여자로서도 재미교포 출신의 금융인과 교제하며 사랑을 하고 있다.

“공개 연애라고들 하지만 강제 연애 중인 거죠. 저는 내려놓아서 괜찮아요. (웃음) 근데 우리 다른 젊은 여배우들은 (사진을) 안 찍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숨겨주셨으면 해요. 저도 예전에는 ‘걸리면 어떡하지’라면서 조급해 했죠. 지금은 ‘찍혔어? 그래 알았다~’ 이런 반응이에요. 어쨌든 제 애인은 제가 편안하게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연애를 하면서 배우는 부분이 많죠. 정덕인을 통해 엄마가 돼 봤지만 나중에 결혼을 해 진짜 엄마가 된다면 친구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랑 제 엄마도 친구처럼 지내거든요. 딸만 둘인데 제가 장녀예요. 엄마가 저를 일찍 낳으셔서 젊은 편이세요. 저보다 더 귀여우시죠. (웃음)”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별만들기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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