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오늘(5일) 1000회… 교도소 속 특권 조명

입력 2015-09-05 08: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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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오늘(5일) 1000회… 교도소 속 특권 조명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1000회를 맞아 지금 우리 시대 ‘정의’의 현주소를 묻고 그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첫 번째로 ‘담장 안’, 교정시설을 주목한다.

법의 심판에 따라 그 결과가 엄정하게 집행되는 곳. 많은 사람은 당연하게도 이곳에서 만큼은 ‘평등의 가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과연 이곳에서 ‘평등의 원칙’은 어디까지 지켜지고 있는지 알아본다.


● 497억을 횡령한 남자 VS 라면 10봉지를 훔친 남자

두 사람의 죄인이 있었다. 과거 생계형 절도 전과가 있던 한 젊은 남성이 식당으로 몰래 들어가서 라면 2개를 끓여 먹고, 10개를 훔쳤다. 또 다른 죄인은 과거에도 한 차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남성이다. 그는 다시 한 번 회삿돈 497억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법은 둘 중 누구의 죄를 더 무겁다고 판단했을까.

재판부는 라면을 훔친 남자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을, 회삿돈을 횡령한 중년 남성에게는 징역 4년 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회삿돈을 횡령한 남성은 이번 8월 15일 특별사면을 받고 2년 7개월 만에 나올 수 있었다. 한 재벌기업의 총수이기도 한 그는 수감 기간에 변호사 접견을 포함해 총 1,778회의 면회를 해 ‘황제면회’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은밀한 거래, ‘가능’을 만드는 사람들

지난해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재벌 갑질’이라는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던 그녀는 2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런데 아직 사회적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치소 측으로부터 남다른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특혜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브로커 염 모 씨다. 염 씨는 조 전 부사장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제 3자를 통해 해당 구치소 관계자들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은 외부에 있는 대학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는 등의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제가 있는 동안 일반인 의료진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이례적인 게 아니라 아예 없었죠.” - 前 구치소 수용자의 인터뷰 中

제작진이 만난 다수의 제보자들은 교정시설에서 외부의료진이 들어와 수용자를 진료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일 뿐 아니라, 일반 수용자들의 경우 병동 자체에 가는 것도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가능하게 만든 이들은 누구였을까?

이 논란의 중심에는 구치소 의무과장이 서 있었다. 17년간 굳건히 구치소를 지키며 막강한 지위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 남성이다.

제작진은 취재 중 이 의무과장으로부터 유별난 특혜를 제공받은 또 다른 회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회사에 수천 억 원대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된 또 다른 회장님이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받기 전까지 이 의무과장이 근무했던 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하면 병으로 해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의무과장이랑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前 구치소 사동 도우미의 인터뷰 中

공교롭게도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수차례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하다가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들이 구치소에서 직접 목격했다는 특혜 의혹, 이것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 담장 밖으로 터져 나온 공허한 절규

“그냥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고, 이렇게 죽는 게 억울하다고…. 마지막 날에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식물인간상태에 빠진 前 구치소 수형자 김 씨의 아내 인터뷰 中

제작진은 형 집행정지로 풀려 난지 단 하루 만에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김 씨(가명)의 가족을 만났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급격한 건강 악화를 겪었다. 지난 5월, 교도소 측은 형 집행정지를 허가해주겠다며 김 씨를 가족에게 인계했다. 그런데 만 하루가 채 되기도 전에 김 씨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현재 김 씨의 가족은 교도소가 수술 전후로 진료에 소홀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도소 측은 김 씨가 수형자 신분이기 때문에 일반사회에서의 치료보다 더욱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가 가능했다며 치료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과연 김 씨가 식물인간에 이르게 된 것에 교도소는 어떠한 책임도 없는 것일까?

“그 안에서 기를 수 있는 마음은 돈에 대한 확신밖에 없어요. 들어올 때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나갈 거예요.” - 前 구치소 수용자의인터뷰 中

제작진에게 걸려온 수많은 제보를 통해 ‘담장 안 교도소’가 우리 사회 다른 어떤 곳보다도 돈과 위세와 특권이 중요시 여겨지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가진 자들은 이곳에서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의료혜택도 조금 더 특별하게 누릴 수 있었다.

5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법 앞에서 누구나 합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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