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흉기 살인사건, 경찰 늑장 출동 맹비난 “동일 사건으로 오인”

입력 2015-09-14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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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늑장 출동’

한남동 흉기 살인사건에서 경찰이 늑장 출동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3일 아들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박모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중이라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밤 9시40분쯤 한남동 자택 앞에서 아들 여자친구인 이모 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이 씨의 가슴 부위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박 씨는 "말다툼 도중 이 씨가 손가방을 던져 화가 나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이날 저녁 전화로 크게 싸웠다. 박 씨는 이 씨가 따지러 오겠다는 말에 미리 흉기를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의 늑장 출동이 이 씨의 죽음을 막지 못한 사실이 밝혀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함께 있던 박 씨의 아들로부터 밤 9시 12분쯤 사건 신고를 받고도, 접수 후 30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10분 전 근처에서 들어온 가정폭력 사건과 같은 건으로 오인했다.

박 씨의 아들은 9시27분쯤 재차 출동을 독촉했지만, 경찰의 대응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경찰은 9시42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CCTV 확인 결과 박 씨가 이 씨를 흉기로 찌른 것은 경찰 도착 직전이었다.

이충호 용산경찰서장은 "현장 근무자들이 마치 무엇에 홀린 것처럼 두 사건을 동일한 사건으로 오인한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의 명복을 빈다"며 "초동 신고 접수 단계부터 현장 도착 단계까지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당시 무전 내용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며 경찰 늑장 출동에 대해 해명했다.

경찰은 박 씨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박 씨는 평소 우울증이 심해 정신병 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기사제보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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