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재근 디자이너, 이런 캐릭터 또 없습니다

입력 2015-09-15 15:1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해진 길을 따라 살아간다. 그렇다보니 누군가에게는 ‘자기소개’가 가장 큰 난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평범한 인생에서 조금은 비껴 선 사람, 아티스트.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 받는다.

MBC ‘일밤-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대중과 친숙해진 패션 디자이너 황재근(39)은 “독특하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개성 강한 면모는 패션에서도 발현된다. 실루엣, 옷의 전체적인 형태를 중요시한다.

“소재를 과감하게 쓰는 편이에요. 보통 맨투맨 티에 반짝이는 소재를 잘 사용하지 않거든요. 근데 전 써요. 일반인들은 부담스럽다고 안 사실 거예요. 덜 팔리겠지만 실루엣적인 완성도로 보면 이런 의상이 훨씬 만족스럽죠.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고집이 많이 꺾였어요. 안 팔리니까요. (웃음) 대중성과 디자이너로서의 교차점을 찾는 게 아니라 한 쪽을 포기하는 과정인거죠. 요즘은 패스트 패션 시대잖아요.”

5남매 중 막내아들인 황재근은 원래 화가를 꿈꿨다. 패션은 도예를 전공한 그에게 불현듯 다가왔다. 유학을 다녀 온 뒤 한 여성복 브랜드에 취직을 했지만 3개월 만에 퇴사한 이력도 있다. 디자인을 창작할 수 없는 업무 환경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만의 순수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유행하는 디자인을 베껴서 파는 걸 더 높게 평가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죠. 베끼는 것도 능력이긴 해요. 하지만 자존심을 버리느냐 아니냐의 문제, 베끼고도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표절 작품을 순수 창작물인 것처럼 연기 하는 디자이너들이 꽤 많아서 문제예요.”


24시간, 모든 생활에서 영감을 받을 것 같지만 황재근은 디자이너의 삶과 개인의 삶을 분리하려 노력했다. 특히 오감을 만족시키는 취미 생활을 즐긴다. 대학생 때부터 클래식, 오페라를 좋아했고 집에서는 화초를 가꾼다. 아름다운 목소리, 발레를 통해 보는 아름다운 움직임이 그의 감성을 자극한다.

“결혼도 안했고, 애인도 없어요. 연애는 해봤죠. 근데 저에게 사랑은 사생활, 여가 같은 거예요. 사실 디자이너는 사생활이 없거든요. 만나는 사람 모두가 패션 종사자들이고, 그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패션과 관련된 거죠. 저는 패션 외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때로는 ‘투 머치 패션’이라고 느낄 때도 있거든요. 그런 환경을 즐기는 디자이너도 있지만 저는 아니에요. 패션 사교 모임에도 절대 안 가죠. 피곤해요. (웃음)”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부터 ‘복면가왕’ 가면 디자이너,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방송에 출연하면서 ‘반’연예인이 됐다.


당분간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선 모습을 볼 수 없게 됐지만 그는 “디자이너로서의 본분을 지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상관없다”고 향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평소에 유머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웃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경우는 연예인이 아니어도 참여가 가능한 포맷이죠. 방송을 하면서 신조어, 유행어도 많이 알게 됐어요. 답정너, 귀싱꿍꺼또 같은 거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죠. 하지만 전문 방송인들과 함께 하는 예능은 아직도 어려워요. 어제(14일)도 김구라 씨와 MBC 추석특집 프로그램 ‘능력자들’을 녹화했어요. 패널로 출연했는데 저한테 어떤 식의 멘트를 하라고 하는 거예요. 근데 끼어들 타이밍을 못 잡겠더라고요. 방송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전문 방송인이 될 생각도 없습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