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시선’ 상영 취소·검열·협박까지…쉽지 않았던 인도네시아 개봉기

입력 2015-09-1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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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신작 ‘침묵의 시선’의 인도네시아 개봉기가 화제다.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100만 명 대학살 사건을 다루며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모았던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침묵의 시선’이 전혀 쉽지 않았던 인도네시아 개봉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다룬 전작 ‘액트 오브 킬링’으로 아카데미시상식 최고 다큐멘터리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세계인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그는 이번 ‘침묵의 시선’으로 또 한 번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학살을 학살로 바라보게 만들었던 ‘액트 오브 킬링’과는 달리, 그 사건으로 인해 침묵과 망각을 강요받으며 공포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 했던 희생자의 동생인 ‘아디’가 직접 가해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을 그린 ‘침묵의 시선’은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이 사건의 진실 규명과 더불어 수많은 사설과 담화를 생성하게 만들며 50년간의 침묵을 깼다.

또한 ‘침묵의 시선’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비롯한 5관왕을 석권한 후, 자카르타 글로브의 독자가 뽑은 ‘올해의 인물’에 새 대통령과 자카르타 시장에 이어 ‘침묵의 시선’의 스태프가 3위에 올라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지를 입증하기도 했다.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침묵의 시선’은 2014년 12월 10일에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개봉했고 극장, 대학, 영화 모임, NGO, 종교 협회, 지역사회 모임에서 역시 상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뜨거운 언론의 반응은 결국 반발을 일으켰고, 전국 상영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과 군대가 용역 깡패들을 불러 극장을 공격하겠다는 협박을 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이나 군대는 종종 상영 주최자들에게 접근해 폭력 사태에 대해 경고하며 상영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고 이런 식으로 큰 도시에서부터 작은 도시까지 25번의 상영이 취소됐다.

하지만 검열에 대한 분노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설득력 있고 용기 있는 요구로 발현되며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학교 중 하나인 대학의 총장, 인도네시아 인권 위원회, 독립 언론인 연합,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수준 있는 언론사 편집자들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내무부 장관의 용역 깡패의 상영 저지를 반대하는 지지 성명 역시 발표되었다. 인도네시아의 주요 신문에서 역시 ‘민주주의 정신을 배반하는 영화 검열’이라는 헤드라인을 걸며 상영을 막는 공권력을 강하게 비판했고, 국가 인권 위원회에서 역시 서한을 발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침묵의 시선’은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었다.

인도네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은 ‘침묵의 시선’은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현재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작품으로 주목받으며 현재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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