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런닝맨’ 中 인기에 취했나…웃음 대신 게스트만 남는 예능

입력 2015-09-16 16:0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동아닷컴DB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이 오랜 슬럼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런닝맨'은 최근 4주간 8%대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지난 주 '전설의 탐정' 특집에서 7.7%(닐슨 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시청률 하락을 맛봤다.

본래 '런닝맨'은 MBC '무한도전'과 더불어 유재석의 대표작으로 불리던 작품이었다. 평일의 KBS2 '해피 투게더 시즌3'가 있다면 주말에는 '무한도전'과 '런닝맨'이 있다는 식으로 유재석의 굳건함을 증명하던 사례들이었던 것.

그러나 '런닝맨'은 동시간대 방송되던 경쟁작들이 두각을 나타내자 시청층을 그대로 빼앗기고 말았다. 이제는 완전히 부활한 KBS2 '1박 2일 시즌3'와 어떤 식으로든 화제를 몰고 다니는 MBC '진짜 사나이'에게 맥을 못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런닝맨'은 더이상 이전 프로그램의 지원도 못받고 있는 상황이다. 직전 시간대에 배정된 '아빠를 부탁해'는 '런닝맨'을 돕기는 커녕 '복면가왕',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파상공세에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런닝맨'의 부진을 단순히 외부적인 요인 때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여전히 시민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뛰어다니는 이 예능은 왜 이토록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일까.

사진제공=SBS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런닝맨'이 주말 예능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이 매회마다 게임을 바꿔 진행을 하지만 결국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해 게임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승패를 가르고 거기에 따른 패널티를 준다는 점에서 제일 클래식한 포맷"이라며 "다른 방송사에서는 복면을 쓰고 나와 노래를 부르고 밥 한 끼 먹자고 농사까지 짓는 마당에 이런 고전적인 방식에 시청자들이 눈길을 돌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른 방송 관계자는 '런닝맨'의 부진을 두고 "멤버 활용이 안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런닝맨'은 인기가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함께 해 온 멤버들이 있고 이를 통해 구축된 탄탄한 고정 멤버들의 캐릭터가 있다. 이것만 잘 활용해도 충분한 재미를 만들 수 있는데 자꾸 외부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향이 예전과 달라 매주 새 게스트를 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런닝맨'은 이런 면에서 게스트 섭외에 자유로운 프로그램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영화나 새 드라마 홍보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며 "제대로 된 웃음을 줄 수 있는 예능이 먼저지 영화 홍보가 먼저가 아니라는 점을 제작진이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분명 '런닝맨'은 SBS 주말 예능을 오랫동안 지켜온 공이 있는 프로그램이자 예능 한류를 이끈 주역이다. 비록 지금에야 그 인기가 한 풀 꺾였지만 재정비를 통해 얼마든지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진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 확산된 인기에 취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옛 말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하지 않는가. 언제부턴가 웃음 대신 깜짝 게스트만 남고 마는 '런닝맨'이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