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밥 먹을 돈 없었던 송강호 유오성 때문에” 만든 극단 차이무, 스무 살이 되다

입력 2015-10-29 1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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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배우 송강호, 이성민, 강신일, 전혜진. 동아닷컴DB.

“95년도에, 밥 먹을 돈 없었던 송강호, 유오성과 한 달 정도 술을 마셨죠. 이러다간 사람들이 망가질 것 같아서 문성근한테 전화해서 1000만원 투자하라고 했죠. 제 돈 1000만원을 모아 2000만원으로 ‘플레이랜드’ 만들어 올렸어요. 적자가 1000만원 정도 났습니다. (웃음)”

차이무의 전 대표이자 예술감독인 이상우 연출가가 극단 차이무가 시작했을 때를 회상했다. 문성근, 명계남, 고 박광정, 류태호, 송강호, 이성민 등 ‘연기 잘하는 배우사단’으로 불리는 극단 ‘차이무’가 20주년을 맞이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길 26 예술마당 2관에서는 극단 차이무 20주년 ‘스물스물 차이무-어느덧 20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상우 예술감독과 민복기 대표를 비롯해 강신일 이성민 전혜진 정석용 오용 최덕문 박원상 등 차이무 주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상우 예술감독 및 연출가는 “어떻게 하다 보니 20년이 됐다. 1995년에 찍은 옛날 사진을 보니 극단을 만들자고 술을 먹었던 게 1995년 7월 8일이더라. 그 때 이후로 정말 많은 작품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이후 2003년부터 차이무 대표를 맡은 민복기 연출가는 “처음에 이상우 선생님께서 극단을 맡기실 때 잘 되고 있는 극단이 잘못되진 않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이렇게 20년을 맞이하니 감회가 새롭다. 이 모든 것이 같이 했던 선,후배들 그리고 친구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금 우리의 평균연령이 40대 정도인데 경로당에서도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극단 차이무는 걸출한 실력의 배우들의 집합소다.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배우들도 가득하다. 문성근, 명계남, 고 박광정, 송강호, 유오성, 강신일, 이성민, 박원상, 최덕문, 정석용, 문소리 등 TV와 스크린 그리고 무대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배우들을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다.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최근 ‘미생’에서 대중들의 시선을 모은 이성민은 “차이무는 내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곳”이라며 “중년이 됐는데 아직 이상우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꾸지람을 듣는다.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듯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내가 연기를 하는 것은 ‘차이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분명히 밑거름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전혜진은 “1997년에 ‘차이무’에 합류했다. 따로 단원을 뽑지 않아서 연이 되는 사람들과 같이 하기에 조금은 자유롭고 아니면 철 없는 극단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온 것 같고 계속 이런 분위기로 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극단에 있어보지 않아서 ‘차이무’만의 장점은 잘 모르겠지만 다른 극단에 있는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극단은 투명하고 공평한 것 같더라. 버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선배라 더 받고 그런 것이 없었다. 오히려 후배들이 더 받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공평하게 나눴다. 게다가 투명하게 하셨다”라고 덧붙였다.

강신일은 “’연우무대’때부터 ‘차이무’까지 이어오면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라며 “창작극은 없던 시절, 우리는 어떤 연극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삶을 무대에 올리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게 됐다. 우리의 것을 고민하며 연기했던 것이 지금 우리의 연기의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극단 ‘차이무’는 20주년을 맞아 신작 ‘꼬리솜 이야기’, ‘원 파인 데이’, 그리고 ‘차이무’의 대표작 ‘양덕원 이야기’로 20주년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연극 ‘꼬리솜 이야기’(작/연출 이상우)는 700 여년 전 세계전쟁 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한 섬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연극 ‘원 파인 데이’는 개에 물린 아주머니가 병원으로 가서 만난 취객이 지명수배자로 밝혀졌고 사람을 문 개는 개장수에게 팔려가는데 취객이 탄 차와 개가 탄 트럭이 교통사고가 나며 개와 취객이 도망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차이무의 대표작 ‘양덕원 이야기’는 3시간 후면 돌아가신다는 아버지가 3년이 지나도 세상을 떠나지 않자 점점 무관심해지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양덕원 이야기’는 배우 박원상이 연출을 맡기도 했다. 이번에는 이상우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성년이 되는 ‘차이무’의 앞으로 어떤 길을 가고 싶은 걸까. 이상우 예술감독은 “사실 내 생일도 잘 챙기지 않은 터라 행사 같은 것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20주년이라 새로운 작품과 함께 해보자는 심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극단이 영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1989년에 연우무대의 대표를 잠깐 했었는데 그때 당시에도 이 ‘연우무대’를 계속 끌고 가야 하는지 회의를 참 많이 했다”라며 “차이무도 언젠간 그런 기간이 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극단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연극을 하는 좋은 창작자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면 계속 가는 거고 아니라면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남겼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차이무, 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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