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아이유가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라

입력 2015-11-08 08: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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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때리기 오류라는 것이 있다. A라는 사람의 입장이나 주장을 곡해해 그와 유사한, 하지만 전혀 동등하지 않은 허수아비 명제를 내세워 공격하는 비형식적인 오류를 뜻한다.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에 빠지면 얼핏 보기엔 논리적이고 적절한 반박인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A의 주장이나 입장에는 전혀 반론이 되지 않는다.

현재 아이유를 향한 비난을 보면 딱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가 생각난다.

아이유의 네 번째 미니앨범 ‘CHAT-SHIRE’의 수록곡 ‘Zeze’로 인해 촉발된 선정성, 롤리타 논란이 이제는 아이유 개인에 대한 문제를 넘어 문학의 해석의 자유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그리고 이 논란의 연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비판과 비난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물론 시발점이 된 아이유이다.

하지만 아이유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는 조금 의아한 감이 있다.

대중들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Zeze’가 5살 아이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근거로 들고 있는 첫 번째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5살 주인공 제제에서 모티프를 따왔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등의 가사, 세 번째는 앨범재킷의 망사스타킹을 신은 소년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근거를 되짚어보면 미묘하게 그 내용에서 뒤틀려있거나 여러 답안 중 한가지만을 단정 짓고 있다.

먼저 첫 번째 근거인 제제는 ‘Zeze’의 모티프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속 제제와 아이유의 ‘Zeze’가 완벽한 동일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아이유의 ‘Zeze’와 제제가 비슷한 배경의 어린 소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완전한 동일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아이유가 논란이 일기 전부터, 또 논란 후 해명에서도 “제제를 보고 느낀 감정을 살려 만들어낸 캐릭터”라고 분명하게 밝힌 부분이다.


두 번째 근거인 가사 내용은 아예 웃기는 상황이다. 아이유는 ‘Zeze’를 두고 밍기뉴의 관점에서 본 제제를 생각하고 썼다고 밝혔다. 즉 나무에 올라가 노는 아이의 모습을 표현했는데 사람들은 특정 단어에 집착해 아동성애의 의도가 확실하다고 단정 짓고 있다.

물론 ‘Zeze’의 가사에 통념적으로 음어(淫語)로 사용되는 단어나 표현이 있다곤 해도,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닐 수도 있는 상황에서 특정 의미로 단정 짓고 몰아가는 건 일종의 마녀사냥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 가요계에는 꽤 오래 전부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노골적으로 중의적으로 음어(淫語)를 사용하는 가사가 심심찮게 등장했지만 아이유와 같은 사단은 나지 않았다.

혹자는 “아이유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임의로 해석하고 표현한 것처럼 ‘Zeze’에 대한 해석의 자유”라고 주장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Zeze는 아동의 성적대상화’라는 단 한 가지 해석만을 강요하고 ‘해석의 자유’를 막고 있는 것에 가깝다.

세 번째 근거도 마찬가지이다. 망사스타킹이라는 특정 이미지에만 집착해 다른 의미를 허용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

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속 제제를 보면 충분히 호기심에, 장난에, 망사스타킹을 신어 볼 수 있을 만한 개구쟁이 캐릭터(제제가 장난이 심한 건 가정학대와 애정결핍때문이라는 논점과 상관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도록 하자)이다. 그렇지만 정작 제제와 ‘Zeze’를 동일시한 출판사와 대중들은 아이유의 ‘Zeze’에는 이런 해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동을 성적대상화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 아이유의 실수이자 잘못이다.

하지만 아이유는 아직 ‘아이가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네’라고 말했을 뿐인데 ‘아이유는 롤리타, 아동성애자’라는 허수아비 논리를 만들어 그녀를 반인륜적 공적인냥 몰고 가는 것도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차라리 ‘아티스트인 척 잘난 체 하는 모습이 보기 싫다’라든지 ‘우리 언니, 오빠보다 성적이 잘나 와서 싫다’, ‘열애와 루머, 과거 사건 때문에 싫다’, ‘해명을 늦게 해서 싫다’처럼 아이유가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라. 그편이 ‘아이유는 아동성애자 롤리타라서 싫다’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을 듯하다.

지금의 논란은 그저 자극적인 소재에 이끌린 얄팍한 온라인 군중심리에 불과해 보인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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