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씨 왓 아이 워너 씨’, 정해진 결말 없이 던져지는 명쾌한 철학 실험극

입력 2015-11-14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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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줄거리의 결말이 없다는 것만큼 답답하고 궁금한 것이 없다. 그런데 ‘씨 왓 아이 워너 씨(See What I Wanna See)에서 만큼은 궁금증 대신 명쾌하고도 철학적 메시지가 나온다. 제목 그대로 ‘씨 왓 아이 워너 씨’, 즉 보고 있는 것을 믿고 믿고 있는 것을 본다는 것이다.

7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씨 왓 아이 워너 씨’는 작가 겸 작곡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만든 작품으로 영화 ‘라쇼몽’의 원작자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 세 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막간극 ‘케사와 모리토’, 1막 ‘ㄹ쇼몽’, 2막 ‘영광의 날’로 이뤄진다. 막간극은 중세시대 일본, 불륜에 빠진 여인 케사와 모리토가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죽이는 이야기. 1막 전, 2막 전 선보이는 이 막간극은 같은 내용을 전달하지만 화자가 달라지면서 이야기의 신선함을 달리한다. ‘같은 이야기, 다른 느낌’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1막 ‘ㄹ쇼몽’은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벌어진 강간과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 취조실에서 목격자와 용의자를 취조하는 이야기. 죽음을 막지 못해 고뇌에 빠진 경비원, 유명세를 얻기 위해 자신이 살인자라고 주장하는 강도, 남편과 동반자살을 하려 했다는 아내, 강도에 꾐에 넘어갔고 아내도 자신을 배신했다고 죽은 남편의 주장을 주장하는 영매가 한 사건에 대해 말하지만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친다.

2막 ‘영광의 날’은 9.11이후 믿음으로 충만했던 한 신부가 믿음에 대한 회의와 의심이 생기자 센트럴파크에 거짓된 예수의 재림(영광의 날)을 설파한다. 그 이후, 신부는 ‘영광의 날’ 메시지를 본 회계사, 여배우, 기자 등 영혼을 잃어버렸지만 그 메시지로 인해 희망을 되찾은 군중들을 만난다. 영광의 날이 다가왔고 큰 폭풍만이 다가왔을 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다른 이들은 허탈감을 남기지만 거짓 증언을 했던 신부 만이 신의 재림을 느낀다. 자신은 신을 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세 편의 이야기는 형태는 다르지만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괴기한 음악과영상은 불안하고 음습한 분위기를 한층 올리고 투명한 스크린으로 인물들의 내면과 시선을 그려내 극의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만든다.

무대 역시 실험극으로서의 면모를 성실히 보여줬다. 초연 때 4면을 둘러싼 무대는 아니지만 3면의 관객석이 관객들에게 각각 다른 시선과 관점을 선사한다. 같은 작품을 봤지만 각자 다른 자리에서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되는 본 공연의 주제 ‘원하는 것을 본다는 것’에 대해 충실히 전달하는 셈이다. 열린 결말이라 관객들의 호불호는 나뉠 수 있다. 15일까지 프로젝트박스 씨야.
총평. 이렇게 속 시원한 열린 결말이라면 환영 ★★★☆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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