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란 없다…마지막 방점은 ‘투자’

입력 2015-12-03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적절한 지원이 전북을 춤추게 했다. 지극히 정상적인 전력보강을 꾀한 전북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 클래식 무대를 평정하며 K리그 최고의 팀으로 우뚝 섰다. 지난달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친 전북 선수단의 환한 웃음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K리그

■ 아듀! K리그 클래식 2015


③ ‘투자만이 살 길!’ 지원과 비례한 성적

최근 3년간 구단들 허리띠 졸라매기
전북만 흔들림없는 투자로 2연속 우승
적절한 투자,좋은 성적과 필연적 관계
구단들 내년시즌 또 푸념만…각성 시급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가 지난달 2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제 2일과 5일 펼쳐질 클래식(1부리그) 11위 부산과 챌린지(2부리그) 최종 2위 수원FC의 승강 플레이오프(PO)만 남아있다. 전북이 2년 연속 클래식 패권을 차지한 가운데 클래식 12위 대전은 자동 강등됐고, 챌린지 1위 상주는 강등 1년 만에 재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9개월간 펼쳐진 2015년 초록 그라운드의 대장정을 3회에 걸쳐 되돌아본다.

“정말 막막하네요.” “완전히 가라앉았다니까요.”

K리그 관계자들의 푸념이다. 대어급 FA(자유계약선수) 등장, 연봉대박, 특급 외국인선수 영입 등 소위 ‘팬들이 원하는 소식’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년에 비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 와중에 간간히 전해지는 소식(루머조차)은 특정팀을 향한다. 통산 4번째 K리그 정상에 선 전북이다. 실제로 얼마간 실력을 갖춘 선수가 이적시장의 매물로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의 축구인들은 “당연히 전북에 가지 않겠느냐”는 말부터 툭 던진다. 전북 최강희 감독이 “어떤 선수가 소속팀에 이적을 요청하면 구단 담당직원이 ‘전북 가려고 그러느냐’고 먼저 물어온다더라”고 농담할 정도다.

물론 이유가 있다. K리그 구단들이 허리띠를 본격적으로 졸라매기 시작한 최근 3년여 동안 이적시장을 전북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결과도 좋았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전력을 갖춘 전북은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를 두고 축구계는 ‘투자’로 정의한다. 그런데 전북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규모는 확실히 커졌을지 몰라도 우린 그간 하던 대로 했을 뿐”이라고 외친다. 일리가 있다. 모기업의 지원금 삭감, 경기 불황 등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팀들이 자금을 푸는 데 주저하면서 전북의 지극히 합리적인 보강작업이 마치 ‘큰 손’처럼 비춰졌다고 보는 편이 옳다.

스포츠는 아주 공정하다. 대개 돈을 쓰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 올 시즌 클래식 순위가 이를 입증한다. 적절히 선수를 영입하고, 기존의 좋은 선수를 잔류시키고, 성적 보너스를 제때 지급한 팀이 호성적을 냈다. 들인 자금에 비례하는 결과를 내지 못할 때도 종종 있지만,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적절한 자금 운용이 이뤄져야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 수 있다. 열정과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헝그리 정신’의 의미도 퇴색된 지 이미 오래다. 마지막 한 끗을 가르는 힘은 결국 돈이다. 쓸만한 선수들이 줄지어 K리그를 이탈하는 가장 큰 원인도, 도·시민구단들이 항상 열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5시즌이 마무리되고 2016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 또 다시 곳곳에서 아우성부터 들려온다. 누구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 눈치를 볼 뿐,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선수단 운영을 관리하는 K리그 담당 프런트와 에이전트들은 “일단 전북이 기존 선수단을 정리하고, 다른 일부와 접촉을 시작해야 돈이 돌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수년째 반복된 우울한 시간. 생존이 우선인데 없는 살림살이를 털고 빚까지 낼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상황은 ‘K리그의 위기’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