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2015 MAMA는 정말로 (한국의) 가요 시상식이 아니었다

입력 2015-12-02 2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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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콘텐츠 부문 신형관 부문장의 말처럼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net Asian Music Awards, 이하 MAMA)는 더 이상 가요 시상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신형관 부문장이 자신있게 말한 것처럼 MAMA가 문화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비전과 성과를 가진 사업이라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2015 MAMA는 사실상 국내 가수들을 시상하기 위한 자리라기보다 중국 현지팬들을 위한 K POP 페스티벌에 가까웠다.

2009년부터 시작된 MAMA는 2010년 중국 마카오에서 처음 해외 개최를 진행했고, 이후 싱가포르를 거쳐, 2012년부터는 4년 연속 홍콩에서 개최되고 있다.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시상식을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명분은 있지만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모두 홍콩과 마카오에서 진행됐다는 점을 볼 때 중국시장을 노리고 개최지를 선정했다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CJ E&M과 엠넷의 이런 노력은 실제 성과를 보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중화권에서의 참여도는 눈에 띄게 증가했고 올해 MAMA에서는 2일 오후 6시 기준(한국시간) 중국에서의 투표율이 무려 71%(4625만8562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보였다.

중국 현지팬들의 압도적인 참여도는 MAMA가 더 이상 한국의 가요 시상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갈무리


반면 한국에서의 투표율은 6.5%(423만1109표)로 중국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에 그쳤고, 이는 동남아시아권의 투표율 13.3%(863만6013표)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물론 중국과 한국의 인구수를 고려할 때 이런 수치는 사실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또 우리 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건 박수를 받아야 하는 일이 맞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역차별'은 정작 본고장 팬들을 우롱하는 듯한 인상을 줘 씁쓸함을 자아냈다.

2015 MAMA의 온라인 스트리밍은 엠넷이나 티빙 등을 결재해야 볼 수 있는 유료 콘텐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료로 온라인이나 케이블 TV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에 대해 인식이 낮은 편이지만 해외의 경우 PPV(Pay-per-View)가 일상화 돼 있고, 돈과 노력을 들어 만든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2015MAMA는 유료 결재를 진행해야만 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공지는 어디에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사진|갈무리


하지만 유료로 온라인 중계가 진행된다는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작 방송 당일 많은 시청자들이 혼란을 겪어야 했고, 이는 CJ E&M의 미숙한 운영이라고 밖에 볼 수없다.

더욱이 이같은 유료 스트리밍은 한국과 Mnet JAPAN이 설립된 일본(일본의 공식 사이트에는 유료 결제와 관련된 설명이 함께 있었다) 등 몇몇 국가에만 한정됐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들의 울분을 자아냈다.

실제 중화권 일부 국가와 미국 등에서는 웹사이트에서 바로 MAMA의 무료 관람이 가능했고, 이는 해당 국가의 ip가 아니면 접근이 불가했지만 현지 누리꾼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이중 중계를 하는 경우도 허다해 조금만 검색을 하면 사실상 무료 관람이 가능했다.

한국 가수들을 불러놓고 한국 가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시상식이건만 재미는 홍콩과 중국의 팬들이 만끽하고, 정작 국내 이용자들은 정당하게 결재를 하든 우회를 하든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MAMA의 중계와 관련된 문제는 당연히 각국의 방송사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고, 이후 중계하는 방식은 자유에 맡겼다면 저작권 등의 법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무료로 생중계를 진행하던 것을 아무런 언급도 없이 스리슬쩍 유료로 전환하고, 조삼모사식의 엠넷닷컴의 이용권까지 이때다는 식으로 판매하는 Mnet의 작태는 팬들을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MAMA의 특수를 노리고 1일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조삼모사가 따로 없다. 사진|갈무리


신형관 부문장은 이날 사전 간담회에서 "MAMA는 일반적인 가요 시상식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문화적 중심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것이다. 문화사업은 오랜 시간동안의 노하우를 통해 축적되는 사업이다. MAMA는 앞으로도 새로운 사업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 MAMA의 진행을 보고 있으면, 이 말은 "MAMA는 일반적인 '가요'시상식이 아니라 중국에서 펼치는 'K POP 페스티벌'이다. 문화적 중심은 서구에서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다. 문화사업은 오랜 시간동안의 노하우를 통해 축적되는 사업이다. MAMA는 앞으로도 '한국팬들의 주머니를 털' 새로운 사업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고쳐야 맞지 않을까 싶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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