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박지영, KBS 사극 ‘장녹수’ 캐스팅

입력 2015-12-07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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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12월 7일

안방극장 사극이 다루는 소재가 다양화했다는 평가가 나온 지는 오래다. 하지만 그 굵은 줄기는 같아서 대부분 권력을 둘러싼 선악의 대결이거나 전쟁에 얽힌 이야기, 아니면 힘겨운 시대를 살아낸 영웅의 이야기로 묶일 수 있다.(물론 주인공은 제작진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사극이 그리는 어느 시대이든, 제작진이 살고 있는 또 어느 시대이든 그렇다. 한때 한국 TV사극에서 잊힐 만하면 등장한 조선시대 장녹수와 장희빈 역시 마찬가지다. ‘희대의 요부’라는 평가까지 얹혀지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1994년 오늘, 연기자 박지영(사진)이 KBS 2TV 사극 ‘장녹수’에 캐스팅됐다. 1989년 MBC 공채 탤런트로 방송가에 입문한 그는 1991년 SBS ‘유심초’를 시작으로 ‘금잔화’로 일약 화제에 올랐다. 시트콤 ‘오박사네 사람들’에서는 코믹한 이미지를 드러낸 그는 ‘장녹수’를 통해 한 단계 더 발돋움하며 탄탄한 스타덤을 굳혔다.

하지만 초기 ‘장녹수’의 방송을 둘러싸고 우려도 없지 않았다. 이듬해 1월2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는 SBS ‘모래시계’의 돌풍에 휩싸였다. ‘모래시계’의 60%대 시청률의 벽은 높았다. 그래도 드라마는 20%의 시청률로 선전했다. 그 핵심이 바로 박지영이었다.

‘모래시계’ 이후에도 맞아야 하는 바람은 잔잔하지 않았다. SBS가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화제를 모은 정선경을 내세워 ‘장희빈’을 2월20일부터 방송했기 때문이다. ‘장녹수’와 ‘장희빈’의 맞대결을 피할 수 없었다.

두 드라마는 최고 권력자인 임금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한 시대를 쥐락펴락한 대표적인 여인의 이야기를 내세워 시청률 경쟁을 펼쳤다. 심지어 박지영과 정선경의 목욕 장면과 주제가 등 이색적인 대결 양상까지도 낳았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도 두 작품은 비판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모래시계’가 내놓은 안방극장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선정적 경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비슷한 소재, 그것도 오래 전부터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했던 인물의 이야기를 ‘재탕 삼탕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 당국이 부실하게 대응한다는 비판적 분위기 속에서 KBS 2TV의 외화 ‘판관 포청천’이 상당한 선풍을 일으킴에 따라 ‘우리도 그런 사극을 만들 수 없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래도 두 드라마의 경쟁은 멈추지 않았다. 승자는 ‘장녹수’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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