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을’ 장소연 “더 나은 연기, 사람을 사랑하는 것부터”

입력 2015-12-1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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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연(35)은 차분한 매력을 지닌 배우다. 하지만 그의 눈빛이나 표정에 약간의 그늘이 질 때면 서늘한 분위기가 극대화된다.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민주영,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강주희는 장소연의 이 같은 반전 매력을 최적화한 캐릭터였다.

화면 속 신스틸러로 부상했지만 그는 “끼가 없다”는 의외의 대답으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야기했다.

“끼가 없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특히 회식 같은 자리에선 분위기를 못 띄웠죠. 부끄러웠어요. 이 일을 하면서 소심한 제 성격이 고민이었죠. 그런데 저처럼 내성적인 배우들이 많더라고요. 그걸 알고부터는 일할 때만큼은 더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했어요.”

장소연은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이유를 ‘현실적인 외모’에서 찾았다.

“예쁘진 않은데 평범해서 현실적으로 느끼시는 거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알아보기 전에는 배우라고 안 해요. 배우라고 말했을 때 의아해하면 민망하잖아요. 제가 화면에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이 좋아진 거죠. 성형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웃음) 제가 생각해도 저는 예쁜 캐릭터가 아니에요.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쪽이 맞죠. 하지만 수술을 하면 표정이 어색해지니까 싫더라고요. 감정 표현이 제대로 안 되잖아요. 주름이 신경 쓰이긴 하는데 관객들이 몰입하지 못할까봐 성형하지 않으려고요. 그래도 피부 관리는 받아야할 거 같아요. 각질이 많아요.(웃음)”


19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장소연은 극단 연우무대 출신이다. 외국어에 능통한 그는 통역과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자 생활을 했었다. 상업 영화를 기준으로 하면 2001년, 단편 영화로는 1998년에 처음 대중과 만났다. 드라마로는 2006년 MBC ‘하얀거탑’ 때부터다.

“본능적으로 연기한다”는 장소연은 최근 나무 대신 숲을 보는 연습에 한창이다. 자신에게 몰입한 나머지 작품 전체에 대한 흐름을 놓칠 때가 많았던 것이다. 촬영을 마친 영화 ‘곡성’은 장소연의 내면을 성장시켰다.

“연극 영화과를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셨고 어차피 나중에 시나리오를 보게 될 거니까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을 거 같아서 문학 계통, 또 당시 제가 중국 영화를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중어중문과를 전공했어요. 저는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운 적이 없으니까 연기 기술을 잘 몰라요. 내가 이 캐릭터라는 생각으로 몰입 하려고만 하죠. 어렸을 때는 너무 몰입해서 감정 제어가 안 되기도 했었어요. 작년에 ‘곡성’을 촬영하면서 연기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뀌었어요. 내면의 변화를 겪은 거 같아요. ‘곡성’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이 상당히 집요해요. 원하는 장면을 뽑아내고야 말죠. 쉽지 않은 연기들이 많았어요. 어려웠고 도전이었습니다. 작품에서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는 법을 잘 몰랐다면 이제는 점점 전체를 보려고 해요.”


‘곡성’ 덕분일까? 이후 그는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통해 나름의 연기 도전을 했다. 전문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돼 있지 않는 장소연은 직접 운전을 하면서 ‘마을’ 지방 촬영지 이곳저곳을 다녔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처음 경험하는 캐릭터와 장르물에 재미를 느끼며 촬영했다.

”시청자들은 무섭다고 하는데 정작 저는 처음 경험하는 캐릭터라 신나서 촬영했죠. 초반에 시청자들이 강주희를 착한 인물로 느끼길 바랐어요. 욕망을 모르도록 연기했죠. 전개되면서 강주희의 악한 모습이 드러나면서 저 역시 짜릿했어요. 저도 범인을 몰라서 대본으로 추리를 했어요. 온주완을 의심하다가 나중에는 김혜진(장희진)이 자살한 건가 싶었죠. ‘혹시 내가 범인?’이라는 추측도 했고요. 못 맞췄어요.(웃음)”

여자로서의 목표보다 배우로서의 미래를 그리는 데 더 적극적이었던 장소연은 “사랑을 하려고 노력한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작품을 하면할수록 사람을 챙겨야겠다고 느껴요. 저밖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이 일 자체가 사람을 연기 해야하잖아요. 사람을 사랑해야죠. 연애를 많이 못 해봐서 요즘들어 사랑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껴요. ‘마을’이 끝나고서는 ‘식구’라는 영화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요. 이번에는 지적장애인 엄마입니다. 신정근 선배와 지적장애를 앓는 부부로 등장해요. 집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눌러앉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윤박이 눌러앉는 사람입니다. (웃음)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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