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스턴사이드킥 “‘굴절률’ 단어하나까지 다 때려 넣은 앨범”

입력 2015-12-21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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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플럭서스

“(‘굴절률’에)있던 거 다 집어넣어 만들었다. 아무것도 안 남았다. 하드 다 털었고 한 단어도 없다”

이스턴사이드킥의 고한결은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단순히 신곡작업보다는 기존 발표곡의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굴절률’은 그만큼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앨범이라고도 풀이된다.

더욱이 개러지록, 혹은 얼터너티브록이 거의 전멸에 가까운 현재 밴드씬의 상황을 고려할 때 ‘굴절률’은 락 팬들에게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굴절률’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른바 ‘달리는’ 곡들만 수록된 것은 아니다. ‘88’, ‘당진’과 같은 곡에서는 조금 더 차분하고 담담한 이스턴사이드킥의 음악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앨범의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은 역시 이스턴사이드킥 특유의 살아 펄떡이는 ‘날것’의 질감으로, 앨범의 런닝타임 내내 원초적이고 생생한 밴드사운드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이에 고한결은 “성향의 변화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드럼과 베이스, 기타, 목소리만 있었으면 한다. 딱히 고집하는 이유는 없지만 그게 제일 밴드답고 멋있는 것 같다”라고 추구하는 사운드를 설명했다.

이어 고한결은 “개인적으로 1집 때 기타톤보다 이번이 더 세게 한 것 같다. 마이크도 계속 바꾸면서 뭐가 더 나은지 계속 녹음 해봤다. 더 나으면 새로 엎고 해서...”라며 더욱 생생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위해 노력했음을 덧붙였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마치 라이브연주를 그대로 녹음한 듯한 생동감으로 인해 이스턴사이드킥은 흔히 개러지록 밴드라고 불리지만 본인들 스스로는 자신들의 장르를 개러지록으로 정의하지 않았다.

사진|플럭서스


고한결은 “우리가 (개러지록을)대표하고 유명하고 그런 건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못해봤고 실감도 못한다”라고 밝혔고, 배상환은 “그냥 당시에는 뭐만 나오면 개러지록 밴드라고 했었다. 딱히 개러지록이라고 생각 안한다. 내 생각으론 굳이 따지자면 얼터너티브 정도인 것 같다”라고 설명 했다.

사실 장르야 어떻든 간에 이스턴사이드킥에겐 이스턴사이드킥 고유의 사운드가 있고, 이것이야 말로 사람들의 호응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가장 큰 무기이다.

여기에 더해 흔치 않은 노래가사들은 이스턴사이드킥만의 색깔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다.

심오하고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가도, 어떻게 보면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 같기도 한 특유의 가사는 조금은 얼렁뚱땅 만들어졌다.

곡의 작사와 작곡을 도맡아하는 고한결은 “술 마시다 생각나는 걸 메모 해두고, 아이디어가 생기면 적어둔 메모의 이미지를 가져와서 만드는 식이다”라며 “예를 들어 ‘차’의 ‘두병은 독하다’ 그건 내가 만날 두병씩 먹어서 그렇다”라고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냥 이미지의 차용? 딱히 막 뭔가를 보고 영감을 얻는 건 없다. 특별한 단어를 쓰려고 하진 않고, 한자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단어 두 개를 어떻게 붙여볼까 생각을 많이 하긴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다른 멤버들은 가사의 의미를 다 이해하는지를 묻자 “천천히 알게 된다. 또 같이 지내다보니 그때 심경이 이래서 이런 가사가 나왔구나 하는 건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사진|플럭서스


현재 이스턴사이드킥은 뮤직 매터스와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섬머소닉 등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해외시장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중이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확실한 성과를 얻진 못했지만, 그래도 소소한 즐거움은 있었다.

고한결은 “(2013년에) 섬머소닉에 참여하고 멤버들 하고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우리를 알아봐서 신기했다”라고 현지팬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배상환은 “그 아주머니가 공연을 본건지, 아니면 그냥 다섯 명이 지나가니까 ‘뭔가 하는 사람 같다’해서 사진 찍은 건지는 모르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영국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 오퍼가 오면 어떻게 할 건지를 묻자 “그런 일이 생기겠나”라고 ‘설마’ 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희망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박근창은 “그런 일이 있다면 영국발음으로 녹음을 할 거다”라고 밝혔고, 고한결은 영국을, 배상환은 일본을 꼭 진출하고 싶은 곳으로 꼽아 해외진출을 위한 노력은 이어갈 것을 알렸다.

‘굴절률’에 하드디스크와 머릿속 작업물을 모두 털어 넣은 만큼 이스턴사이드킥은 “다음 앨범은 3년쯤 걸리겠다”라고 예상했다.

또 이들은 당분간은 클럽공연 위주로 활동을 할 계획으로, 록 밴드답게 먼 미래의 일은 먼 미래로 남겨두고 당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 아닌 계획을 덧붙였다.

고한결은 “(이스턴사이드킥의 미래에 대해 그려진 그림은)없다. 그냥 노래가 쌓이면 앨범 내고, 공연 잘 하고 하려한다. ‘체조경기장에서 5년 내에 공연하겠다’라고 해도 말처럼 그냥 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그저 자연스럽게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배상환은 “그냥 스트리밍 많이 해주면 좋겠다. 사실 속마음은 스트리밍이 없어졌으면 싶기도 하다. 스트리밍도 좋지만 이왕이면 CD도 많이 사 달라”라고 자신들과 밴드음악에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사진|플럭서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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