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를 향해 뛴다!] 한국 트라이애슬론 기대주 정혜림의 성장

입력 2015-12-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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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3종 경기’로 불리는 트라이애슬론에서도 희망을 바라본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혼성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건 정혜림(사진)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각종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향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스포츠개발원(KISS)

■ 11. 트라이애슬론

2013년 입문…올해 세계대회 5위 상승세
체지방률·산소섭취량 등 신체조건 최적화
수영선수 출신…첫 종목 심리적 우위 이점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은 라틴어로 ‘3가지’를 뜻하는 ‘트라이(tri-)’와 ‘경기’를 의미하는 ‘애슬론(athlon)’의 합성어로, 수영·사이클·마라톤 등 3가지 종목을 별도의 휴식을 부여하지 않고 연이어 실시하는 경기다. 올림픽 코스는 표준 코스라고도 불리는데, 수영 1.5km-사이클 40km-마라톤 10km로 구성돼 있다. 특히 ‘철인 코스’라고도 하는 장거리 코스는 표준 코스의 약 2배로 수영 3.9km-사이클-180.2km-마라톤 42.195km를 완주해야 한다. 이러한 종목적 특성에 의거해 ‘철인(ironman) 3종 경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최근 대한민국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팀의 경우 재능 있는 주니어선수들을 일찌감치 발탁해 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 속에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훈련시켜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여자국가대표 정혜림(16·온양여고)의 성장이 눈부시다. 2013년 초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한 정혜림은 그해 7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했고,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체육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주니어선수권 1위, 세계주니어선수권 5위로 두각을 보인 데 이어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선 단체전(혼성팀) 은메달을 획득했다. 올해 9월에는 미국 시카고 월드트라이애슬론시리즈 그랜드파이널 주니어부 5위에 올라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처럼 차세대 주자들이 좋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트라이애슬론의 미래는 상당히 밝다고 할 수 있다.

신체조건에서도 정혜림은 트라이애슬론에 적합하다. 여자선수임에도 신장(키)의 제곱으로 체중을 나눈 ‘BMI(kg/m²)’가 정도 18이다. 일반인의 경우 정도 22가 보통 수준이고, 정도 25를 넘으면 비만으로 판정한다. 결국 정혜림은 체지방률(%)이 15% 이하 수준인 것으로, 그만큼 불필요한 지방과 근육이 없는 트라이애슬론에 최적화된 체형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장거리선수의 전신지구력을 대변하는 ‘최대산소섭취량(VO2max ml/min/kg)’은 나이 어린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60(VO2max ml/min/kg) 수준이고, 마라톤을 했을 때 전반적인 페이스 스피드를 알 수 있는 ‘무산소역치수준(Anaerobic threshold)’은 최소산소섭취량의 90% 정도다.

트라이애슬론에선 마지막 세부 종목인 달리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첫 종목인 수영에서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다음 종목인 사이클에서 순위를 따라잡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수영이 중시되고 있다. 정혜림처럼 수영을 전문적으로 해온 선수가 트라이애슬론으로 전향하는 경우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고 무작정 수영만 잘한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순 없다.

과거와 달리 그저 ‘힘든 종목’이라는 트라이애슬론에 대한 세간의 인식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나는 아버지입니다(원제 : Devoted)’라는 제목의 서적이 있다. 뇌성마비 아들과 아버지의 스토리를 담은 실화로, 철인 3종 경기에 부자가 나란히 참가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용기와 감동을 준다는 내용이다. 또 인기배우 송일국이 삼둥이와 함께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TV 프로그램도 있었다. 바다에서 짠물과 파도 등을 이겨내고, 수영과 전혀 다른 근육을 사용하는 사이클에서 스피드를 짜내고, 마라톤에서 최후의 고통을 감내하는 등 여러 가지 인간한계를 극복한 뒤 찾아오는 극도의 성취감을 통해 독자들과 시청자들에게 다른 어떤 종목들보다 훨씬 큰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겨우내 수영, 자전거, 달리기 등으로 자신을 단련해 내년 봄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다면 아마도 우리가 걸어야 할 긴 인생의 마라톤에서도 새로운 생기와 활력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스포츠과학실 책임연구원 송홍선 박사
스포츠동아·KISS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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