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공연 결산③] 황정민·메르스·검열·웹툰… 공연계 달군 10대 뉴스

입력 2015-12-31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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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올해 공연계에게 주어진 길은 참 험했다. ‘메르스’라는 국가적 재난부터 검열 논란 그리고 소극장 폐관까지 안팎으로 안타까운 시간을 보냈다. 유난히 경사보다 비보가 더 많은 2015년 공연계를 키워드로 정리했다.


① 검열 논란

올해 연극계는 수많은 고비들을 넘겨야했다. 지난해 11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 대관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제36회 서울연극제’는 위기를 맞았다. 정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갈등을 해결하는 듯 보였으나 올해 4월‘제36회 서울연극제’ 개막식 하루 전날 극장을 폐쇄조치를 취했다. 연극인들은 이에 맞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업무 방해죄로 형사 고소를 하기도 했다. 또한 ‘검열’ 역시 화두에 올랐다. 9월 국정감사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박근형 연출가의 연극 ‘개구리’를 지원 사업에서 누락시켰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연극이라는 이유였다. 10월에는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연극 ‘이 아이’의 센터 내 공연을 방해한 한국공연예술센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② 메르스로 또 다시 위기 맞은 공연계 그리고 1+1 지원 정책

올해 5월 초 한반도를 휩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로 공연계는 큰 홍역을 치렀다. 메르스로 인해 어마어마한 수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는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공연장은 기피해야 하는 장소가 됐고 곧 방학을 다가와 성수기에 접어든 공연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관객들도 예매한 공연을 취소하거나 제작사들이 스스로 공연을 취소하고 공연 날짜를 연기하는 사례가 이어졌으며 이는 제작사들의 재정위기까지 맞게 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가경정예산 300억을 투입해 티켓을 한 장 사면 한 장을 더 주는 일명 ‘1+1’ 정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공연제작사는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내년 2월이면 정책이 끝나게 돼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연 관계자들은 “공연계의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단기적인 정책보다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공연장 대관비 등 고정비용을 지원 받는다면 전체적인 비용도 동시에 줄어들기 때문에 더 많은 관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SM엔터테인먼트의 도약․씨제스컬처의 첫 도전…대형소속사들의 공연 제작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제작사로서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작년 ‘싱잉 인 더 레인’으로 첫 발을 디딘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인 더 하이츠’로 돌아왔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구성됐지만 첫 시작은 좋지 않았던 SM은 이지나 연출가와 손을 잡고 ‘인 더 하이츠’를 만들었다. 뮤지컬 극장에서는 듣기 힘들었던 랩, 힙합, 레게 등 낯선 음악과 힙합․스트리트 댄스로 이뤄진 ‘인 더 하이츠’는 신선하고 감각적인 시도였다고 평을 받았다. 김준수, 정선아가 소속된 씨제스컬처는 일본 뮤지컬 ‘데스노트’로 첫 발걸음을 뗐다. 약 두 달간 원캐스팅으로 꾸며졌던 ‘데스노트’는 국내 뮤지컬의 양대산맥인 김준수와 홍광호 캐스팅으로 기대감을 높였고 연일 매진 사례를 이뤄 씨제스컬처의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④ 황정민․오만석․박희순, 지휘봉 잡은 배우들

올해는 유독 대중문화에서 활약하던 배우들이 무대 연출을 맡았던 소식이 눈에 띄었다. ‘쌍천만 배우’ 황정민을 비롯해 오만석, 박희순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까지 스크린을 사로잡은 황정민은 자신의 소속사 샘컴퍼니가 제작하는 ‘오케피’의 지휘봉을 잡았다. ‘어쌔씬’으로 이미 연출을 경험한 바 있는 황정민은 미타니 코키의 첫 뮤지컬 ‘오케피’를 무대 위에 내놓기까지 5년이란 시간을 투자했다. 오만석은 연극 ‘트루웨스트’ 연출을 맡았다. 출중한 연출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고 그 노력은 티켓판매로 이어졌다. 작품성 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오만석은 덕분에 내년에도 ‘트루웨스트’의 연출을 맡게 됐다. 박희순은 뮤지컬 ‘무한동력’으로 연출가 도전을 했다. 평소 절친이었던 이지혜 음악감독의 추천으로 연출을 맡은 박희순은 첫 도전임에도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꿈,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는 ‘무한동력’을 무대 위로 성공리에 올려놨다.


⑤ 소극장들의 안타까운 폐관

올해 연극계는 애통함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한국 연극계 역사를 함께 이끌어가던 소극장의 폐관 소식이 들렸다. 치솟는 임대료 탓이었다. 70~150석 규모의 서울 대학로 소극장들은 줄줄이 폐관됐다. 28년의 역사를 가졌던 대학로 극장이 4월에 충북 단양으로 극장을 옮겼다. 최초의 민간 설립극장 명동 삼일로극장이 10월에 폐관했다. 40년 만에 문을 닫은 것이다. 올 1월에는 ‘품바’로 유명한 상상아트홀과 김동수 플레이어 하우스도 문을 닫았다.



⑥ 불법 녹취․녹화 그리고 비비탄까지…매너 잃어가는 관객

공연에 대한 예의를 잃어가는 관객들 때문에 제작사들은 골머리를 썩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불법 녹취와 녹화다. 자신이 아끼는 공연과 배우들의 목소리와 모습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공연 중 허락되지 않는 녹취와 녹화를 하는 소수의 관객들이 있기 때문. 최근 대학로의 한 공연장에서 몰래 녹음과 녹화를 하다가 걸려 관객이 경찰서까지 가게 된 사례도 있었다. 공연 관계자는 “극소수의 관객이 그러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좋게 합의를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총각네 야채가게’ 공연장에서는 중학생들이 배우들을 향해 장난감 총으로 비비탄을 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⑦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TV에서 발견한 무대 배우들

올해는 유난히 TV에서 발견한 뮤지컬, 연극배우들이 많았다. 보통 드라마로 모습을 많이 비추던 배우들은 올해 예능프로그램에서 유독 빛을 발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SBS ‘오 마이 베이비’의 손준호 김소현 커플. 지난해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아들 ‘주안’이 덕분에 손준호 김소현은 대중들에게 더욱 이름을 알리게 됐다. 연극배우 서현철은 MBC ‘라디오스타’가 낳은 ‘반짝 스타’다.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 홍보로 방송 출연을 한 서현철은 예상치 못한 재기발랄한 입담에 다음날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MBC '일밤-복면가왕'은 이건명, 이지훈, 정상훈 등이 참여해 실력을 뽐냈다. 최근 ‘캣츠걸’ 역시 뮤지컬배우 차지연이 아니냐는 추측이 오가고 있다. 이 외에도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홍우진, 전성우가 1회에 잠시 출연을 했고 한동규 역시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단역으로 나오기도 했다.


⑧ ‘신과 함께’, ‘만추’, ‘아리랑’, ‘바람사’ 등 웹툰․원작 바탕으로 공연

2015년에는 인기 웹툰들이 무대화 되는 경우가 많았다. 주호민 작가와 서울예술단이 손을 잡은 ‘신과 함께’ 그리고 박희순이 연출로 참여한 ‘무한동력’ 그리고 강도하 작가의 작품인 ‘위대한 캣츠비’가 리부트로 돌아왔다. 특히 ‘신과 함께’는 서울예술단 작품 중 처음으로 매진 사례를 이루기도 했다. 또한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이 신시컴퍼니와 고선웅 연출과 손잡고 뮤지컬로 탄생했으며 스테디셀러 소설이자 라이선스 연극인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도 김수로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버전으로 공연됐다. 또한 김태용 감독의 ‘만추’와 대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이 각각 연극과 뮤지컬로 만들어져 관객들과 만났다.


⑨ “역할 아닌 나로…” 뮤지컬 배우들의 단독 콘서트

가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단독 콘서트를 올해 뮤지컬 배우들도 잇따라 개최했다. 올해 2월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주역을 맡은 홍광호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두 번째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여왕’이라 불리는 김선영 역시 5월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으며 뮤지컬 배우 최승열 역시 여름부터 연말까지 단독 콘서트를 진행했다.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배우들의 단독 콘서트 소식은 잦아질 것 같다. 내년 1월부터 뮤지컬 배우 옥주현과 강필석이 각각 단독콘서트를 개최한다.


⑩ 무대 박차고 거리로 나간 공연…쇼케이스․버스킹 등 다양한 행사

해당 공연 날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었던 배우들과 작품을 쇼케이스와 버스킹 등 행사로 만나는 자리가 늘었다. 인터뷰나 프레스콜 등 형식적인 홍보 행사가 아닌 배우들이 직접 발로 뛰며 관객들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보인 한 해였다. 특히 공연이 쉬는 월요일마다 저렴한 티켓가격으로 공연 개막전(또는 개막초기)에 미리 출연 배우, 뮤지션과 크리에이티브팀을 만나 음악과 작품, 공연의 뒷이야기 등을 다양한 형식을 통해 즐기는 ‘월요쇼케이스’가 진행됐다. 또한 ‘버스킹’도 예비 관객들의 흥미를 높였다. 뮤지컬 ‘원스’ 내한 팀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리고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야외무대에서 두 차례 버스킹 행사를 가졌다. 최근 개막한 ‘넥스트 투 노멀’ 역시 코엑스에서 버스킹 행사를 가졌다. 주역 배우들이 모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작품 속 노래와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친밀도를 높였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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