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명문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한 오승환이 13일 귀국했다. 인천국제공항 도착 직후 취재진에 둘러싸인 그는 해외원정도박 파문과 관련해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사죄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오승환은 취업비자가 나오는 대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몸을 만들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도박 물의 죄송…야구장서 최선을 다할 것
비자 나오는 대로 플로리다 가서 몸만들기
전력이탈 않고 맡은 보직 끝까지 수행 목표”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사죄하겠습니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고개를 숙였다. 메이저리그(ML)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마친 뒤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지만, ML 진출의 기쁨을 드러내기보다는 굳은 얼굴로 국민 앞에 사죄의 뜻을 전했다.
오승환은 지난해 11월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 처분으로 그쳤지만, 줄곧 부인해왔던 혐의를 일부 시인하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오승환의 에이전시인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이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사과문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오승환은 도박 파문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서서 “무조건 내 잘못이다. 어떤 비난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잘못된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많은 국민들과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 앞으로 내가 사죄할 방법은 올바른 행동을 하고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오승환은 도박 파문으로 인해 ML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김동욱 대표는 “그동안 ML 5개 팀에서 관심을 보였는데, 아무래도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공식 협상을 꺼려했다”며 “수사 결과 발표 후 본격적으로 협상을 진행했고, 세인트루이스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결과 오승환의 실력을 보여주기 적합한 팀이라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승환도 “세인트루이스가 날 필요로 한다는 게 느껴졌고, 좋은 대우를 받았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오승환의 계약조건은 2017년 구단이 옵션을 행사하는 ‘1+1년’에 인센티브를 포함한 2년 최대 1100만달러(약 132억5000만원)다. 김 대표는 “세인트루이스가 계약 세부 내용을 밝히는 것을 꺼려해 정확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2년 총액 1100만달러가 맞다”며 “1년간 실력 검증을 마친 뒤 이듬해 금액을 올리는 계약이 아니다. 2016년과 2017년 보장금액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미 오승환은 검증을 마친 선수라고 보고 불펜의 핵심투수로 쓸 계획이 있었다. ML(25인 로스터) 보장 계약도 맺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일본에 이어 미국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오승환은 비자가 나오는 대로 팀의 스프링캠프가 진행될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로 떠나 몸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구체적 성적보다 경기수가 많아지니까 전력에서 이탈하지 않고 맡은 보직을 끝까지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며 “세인트루이스가 언제든지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팀인 만큼 월드시리즈를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 팀에 빨리 녹아들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국제공항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