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조은숙. 스포츠동아DB
1996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한 베테랑 연기자 조은숙의 말이다.
20년 가까이 연기를 해오면서 “지금” “이제야” “뒤늦게라도” 연기의 참 맛을 알게 돼 다행이라고 말한다.
조은숙은 KBS 2TV 아침드라마 ‘TV소설-별이 되어 빛나리’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다시 한 번 태어났다.
휴대폰 메신저 프로필에는 ‘신인연기자 조은숙 데뷔’라고 적어놓았다.
조은숙은 2005년 방송한 드라마 ‘장미빛 인생’ 이후 10년 만인 지난해 KBS 연기대상 여우조연상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세 딸 앞에서 가장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꿈은 아쉽게 이뤄지지 못했지만 ‘연기자 조은숙’으로서는 더 할 나위없는 2015년을 보냈다.
그리고 더 나은 2016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별이 되어 빛나리’를 촬영하며 이렇게 행복하고 즐겁게 작업한 적이 있었나 돌이켜보게 됐다. 배우가 행복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예전에는 제 분량 촬영이 끝나면 집에 가기 바빴는데, 지금은 스태프와 한 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어 기다린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조은숙은 이 드라마를 통해 변했다.
예전에는 한 장면 찍으러 나가야 하면 투덜거리기 바빴지만, 지금은 “콧노래”를 부르며 준비한다.
극중 오애숙이란 캐릭터의 힘이다. 오애숙은 어린시절 자신의 불우한 가정환경을 이겨내고 결혼을 통해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하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는 인물이다.
악역이기는 하지만 조은숙은 캐릭터에 대해 연민의 정을 품고 있다.
조은숙은 “캐릭터를 통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간접적으로 겪고 있다”며 “모든 것을 쏟아내고 뿜어내는 연기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를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없진 않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착한 드라마”를 하자고 자신과 약속했지만,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착한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악한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제 자신과 타협했다”며 웃었다.
이전부터 조금씩 자신을 “내려놓자”는 마음은 이제 “지금과 같은 이 자세로 후회하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기자 조은숙. 스포츠동아DB
조은숙은 주부들에게 ‘롤 모델’이기도 하다. 세 아이를 낳고도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제2의 몸짱아줌마’를 구상하는 한 기업으로부터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자는 제의를 해왔다. 조은숙은 “0.1초 고민”했지만 “연기하는 데 마이너스”라는 생각에 거절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거절하길 정말 잘 한 것 같다”며 웃는다.
조은숙은 2005년 사업가 박모씨와 결혼해 슬하에 세 딸을 뒀다. 친정엄마에게 잠시 육아을 맡기고 있다.
“엄마가 딸 잘못 둬서 고생만 한다”며 눈시울을 붉힌 그는 “주위에서는 연기자 딸 뒀다고 부러운 시선을 보내지만 그렇지 않다. 예쁜 옷 사드려도 입을 기회도 없고, 여행을 같이 가더라도 엄마가 아이들을 돌보니…. 불효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내 “올해는 좀 더 다정다감하고 살가운 딸이 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는 조은숙에게 여러 모로 의미가 컸다. 결혼 10주년을 맞았던 11월11일 남편과 커플링을 새로 맞춰 케이크에 올려놓고 조촐하게 파티를 즐겼다.
“남편이 이벤트를 잘 하는데, 저도 아줌마인지라 비싼 곳에서는 하지 말라고 했더니 언제부턴가 아예 하지 않더라. 다시 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비싼 곳만 아니라면. 하하!”
스포츠동아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