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작가를 만나다 ①] “게스트 뽑아먹고 버리는 토크쇼 그만할 것”

입력 2016-02-11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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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만나다 ①] ‘라스’ “게스트 뽑아먹고 버리는 토크쇼 그만”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를 초창기부터 지켜본 시청자들은 지금의 '라스'를 향해 "예전보다 너무 순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에게 두려운 프로그램이다.

또한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규현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MC들이 4명의 게스트를 쥐락펴락하는 진행능력은 물론, 다른 토크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게스트 조합에 이르기까지 '라스'는 분명 이전에 존재했던 토크쇼와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이처럼 '무한도전'과 더불어 MBC 예능의 맏형 격인 '라스'가 오랜 시간 그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저력에는 MC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이들의 노고가 숨어있다. 게스트들마저 경악하게 만드는 정보력을 지닌 작가진의 이야기다.

이경희, 이윤진, 이경민, 최진수, 이은진, 강유진 등 어마어마한 여성들로 구성된 '라스' 작가팀을 최근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Q. 때로는 어리둥절한 게스트 조합. 섭외 기준은 뭔가요?

-솔직히 게스트 선정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다. 방송을 보면 4인의 게스트가 서로 공통점이 없는 경우가 제일 많다. 어쩔 때는 최근 대세로 꼽히는 연예인 한 명을 먼저 섭외하고 그 주변 지인들을 파헤친다. 그 중에서 본인이 출연 의사가 있고 매력도 있다면 출연이 성사된다. 그렇게 미리 섭외된 두 명에게 호기심을 가질만한 나머지 둘을 섭외한다. 아예 게스트 4명이 서로 친분이 없더라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들을 묶어 그에 걸맞는 주제를 만드는 것이다.


Q. 공통점 없는 4인에 대한 사전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하나요?

-인터뷰를 할 때 서로 모르더라도 이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본다. 못 봤다고 하면 들은 이야기라도 있는지를 물어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그 사람의 매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게스트에 대해 대중이 알던 매력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대중이 알던 매력이라면 이마저도 극대화 시켜주는데 있기 때문이다.


Q. 게스트도 놀라는 근황 토크? 어디에서 정보를 얻나요

-우선 다양한 사이트와 커뮤니티를 다 들어가 본다. 그리고 그 게스트와 같이 일을 했던 방송 작가들에게도 물어보는 편이다. 섭외가 완료되면 그때부터 조사를 시작한다. 전화 인터뷰는 서로 돌아가면서 하고 막내 작가는 각종 자료조사를 도와준다. 작가들끼리 게스트가 12명이었던 '세바퀴' 때에 비하면 '라스'는 4명 뿐이라서 다행이라고 말하면서 즐겁게 하고 있다.


Q. 물의를 일으킨 분들의 '라스' 출연. 사전 인터뷰도 부담되지 않나요?

-오히려 그런 분들은 속 안의 진짜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라스'를 믿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우리가 어디까지 방송에서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그럴 때는 '라스'와 게스트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선에서 마무리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고 해도 게스트에게 불이익이 될 소지가 있으면 방송에 쓰지 않는다.



Q. '라스'에서 MC들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우선 4명의 MC 모두 '라스'에 대한 애정도가 크다. 우선 김구라 씨는 완벽한 대본 숙지 아래 모든 애드리브를 생각해서 던지는 것 같다. 대본의 다음 질문이 무엇인지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 또한 윤종신 씨는 센스 있는 애드리브로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만든다. 방송에서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녹화 현장에서는 그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꾼다. 우리 작가진들 모두 윤종신에게 푹 빠져있다.

그리고 규현은 아이돌 게스트가 나왔을 때 확실히 빛을 발한다. 알아서 게스트들이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정리를 해주는 고마운 MC다. 김국진 씨 역시 다소 과격해질 수 있는 김구라를 분명히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Q. 개성 넘치는 4MC 사이 작가진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화두만 던지는 역할이다. MC들 모두 게스트에게 던지는 질문은 우리가 써준 대본대로 한다. 그 다음 게스트의 답변 후 이어지는 질문은 온전히 MC들이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들이다. 그래야만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다.


Q. 예능 블루칩의 산실 '라스', 하지만 웃음이 안터질 위험도 크지 않나

-그런 부담은 매주 가지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주변의 추천을 받아 한시간씩 사람들을 만나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하루를 완전히 버리는 날도 있다. 그렇게 예능 블루칩이 될 만한 이들을 찾아내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조합이다. 재능 있는 게스트가 다른 센 게스트들에게 묻히지 않도록 조합에 특히 신경쓰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라스' 출연을 망설이는 연예인들에게 한마디

-우리는 게스트들에게 '라스'가 그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애환 등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분명 예전의 '라스'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하지만 담당 PD님도 그렇고 우리 역시 '게스트의 이야기를 뽑아 먹고 버리는 프로그램은 그만하자'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들이 웃으면서 '라스'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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