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머슬퀸’·‘본분금메달’, 말하고 싶은 게 뭘까

입력 2016-02-11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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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S

복근 보여주는 여성을 선정적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또 바퀴벌레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여성을 놀리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탄력 있는 몸매와 일그러진 표정이 영상으로 가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복근 하나로 선정성 논란이 일고 놀라는 표정만으로도 사람이 우스워지는 게 영상이 지닌 무서운 힘이다.

설 연휴, 잡음에 많이 시달린 프로그램을 꼽자면 KBS2 ‘머슬퀸 프로젝트’와 ‘본분금메달’이 아닐까 싶다.

‘머슬퀸 프로젝트’는 8명의 여자 연예인들이 시청자를 대신해 국내 최고 머슬 트레이너들에게 운동법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한 머슬 바디 퍼포먼스를 선보여 대결하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머슬퀸 프로젝트’는 ‘출발 드림팀 시즌2’(이하 ‘드림팀’)에서 시작됐다. 전진학 PD는 이미 ‘드림팀’을 통해 수많은 몸짱 스타를 배출했고 ‘드림팀’의 내공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설 특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건강한 여성미를 보여주겠다’는 기획 의도와 달리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참된 수신료의 가치 감사합니다”라는 반응이 ‘머슬퀸 프로젝트’의 본질을 무색하게 하는 부분이다. 근육 퍼포먼스의 특징상 딱 달라붙는 의상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카메라는 근육보다는 운동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보이는 여성의 특정 부위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켰고, 자막으로 노출을 최소화한 제작진의 연출이 여성의 근육을 건강미 그 이상으로 의식했다는 방증이다.

사진제공=KBS


‘머슬퀸 프로젝트’가 노출로 곤혹을 치렀다면 ‘본분금메달’은 여자 아이돌을 상품화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본분 금메달’은 베일에 감춰진 여러 과제를 수행하는 여자 아이돌의 반전 속내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김구라·전현무·김준현이 진행했고 EXID 하니·솔지, AOA 지민, 애프터스쿨 리지, 여자친구 유주, 트와이스 다현·정연, 피에스타 차오루, 나인뮤지스 경리, 헬로비너스 나라, 베스티 혜연과 엔씨아, 박보람, 허영지가 출연했다.

아이돌들은 제작진이 준비한 상식, 섹시, 개인기, 집중력 테스트를 수행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슬로우 카메라를 통해 ‘무허가’로 아이돌의 진짜 모습을 꿰뚫어봤다. 상식 테스트는 아이돌의 생명인 이미지 유지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마련됐고 섹시 테스트는 아이돌 신비주의의 시작, 몸무게 측정과 그에 따른 정직성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세 번째 미션인 개인기 테스트에 숨어있는 무허가 테스트는 리액션 테스트로, 제작진은 상대방 개인기에 어떤 리액션으로 호응하는지를 관찰했다. 마지막 미션은 집중력 테스트를 가장한 분노조절 테스트였다. 스튜디오에서 캔을 가장 높이 쌓아 올리는 아이돌이 승리하는 게임이었지만 스태프들의 다양한 방해에도 누가 분노하지 않는 지를 살피는 방식이다.

‘본분금메달’의 이 같은 구성은 한마디로 유치하다. 또 여자 아이돌은 인간이 아닌 예능의 일부 상품으로 전락했다. ‘본분금메달’에 따르면 여자 아이돌의 본분은 바퀴벌레가 손에 놓여있는 걸 보고도 예쁜 표정을 지어야하고 누군가의 방해로 쌓아놓은 캔이 무너져도 웃어야 한다. 제작진이 정해놓은 본분에 충실한대로 순위를 매기는 과정이 성 상품화 논란에 쐐기를 박는다. 특히 제작진은 웃음을 짜내기 위해 출연진에게 거짓말을 했다. “내가 몸무게를 속였듯 제작진도 우리를 속인 것 아니냐”는 출연자 허영지의 억울한 발언이 ‘본분금메달’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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