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설움과 한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식민의 지식인으로서 삶을 고뇌하며 그 아픔을 나누고자 했던 시인의 목소리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현재 많은 관객의 지지를 얻고 있는 영화 ‘귀향’과 ‘동주’는 그렇게 97주년을 맞는 3·1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특히 ‘동주’는 흑백의 영상에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까지 담아내며 그들의 짧은 생애를 더욱 안타까워한다.
올해는 윤동주 시인의 타계 71주기이며 내년은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이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복각본이 많은 독자의 시선을 모으고 뮤지컬 무대에서도 그의 삶이 노래로 울려 퍼지고 있다.
1995년 오늘 시인의 이야기가 안방극장을 찾았다. MBC가 3·1절 특집극으로 마련한 ‘노래만들기’(사진)였다.
드라마는 한 인기가수의 이야기를 주 내용 삼았다. 표절곡으로 인기를 모은 가수가 광복절 특집극의 주제가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에 고민하면서 소속사로부터 버림 받은 뒤 음악기자와 친구의 도움으로 본래의 재능을 되찾아 간다는 이야기다. 극중 광복절 특집극의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였다. 가수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으며 새롭게 완성한 노래는 ‘참회록’이었다. 모두 윤동주의 작품이다.
윤동주의 삶은 ‘노래만들기’에서 바로 극중극에 담긴 것이다. 또 일본 음악을 표절한 가수의 양심을 되찾게 해준 시 역시 그의 ‘참회록’이었다. 안재욱이 극중 윤동주의 역할로 시인의 모습을 되살려냈다. 이와 함께 3월12일 KBS 1TV ‘일요스페셜’도 윤동주의 삶을 좇았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일본 통치하의 청춘과 죽음’이란 제목으로 KBS와 일본 NHK가 공동제작한 다큐멘터리였다. 그 속에 드라마타이즈한 내용을 삽입, 연극배우 유석원이 연기한 윤동주가 등장했다. 다큐멘터리는 시인이 태어난 만주에서부터 연희전문 등 그가 다닌 학교, 그리고 끝내 갇아 놓은 채 목숨을 앗아간 후쿠오카 형무소 등을 카메라로 훑었다. 특히 시인이 숨진 1945년 당시 형무소 간수와 옥에 갇혔던 수인 등 증언을 담아 시선을 모았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던 시인의 그 결코 쉽지 않았던 삶. 부끄러움 모르는 세상을 부끄럽게 하는 듯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