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절 싫어 중이 떠난다?” 드라마 PD 사표 내는 이유

입력 2016-03-09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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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 매체의 보도로 KBS가 발칵 뒤집혔다.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맡은 함영훈 CP와 '너를 기억해' 연출을 맡은 김진원 PD가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여기에 이응복 PD, 백영훈 PD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하지만 KBS는 이 두 사람에 대해서는 "사표제출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사태를 진정시켰다.

그러나 지상파 드라마 PD들의 퇴사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타 방송사 이적이 아닌 프리 선언을 하게 되더라도 퇴사를 고민하겠다는 PD들이 많다"고 밝혀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그 어렵다는 '언론고시'를 통해 들어온 회사를 떠나는 것일까. 현재 한 방송사에 근무 중인 고참급 PD는 "비지상파 채널들이 베테랑 인력을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고퀄리티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과 종편 채널들은 현재 내부에서 역량 있는 드라마 PD를 키울 여력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이미 인재들이 모여있는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거대하고 편리한 인력시장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처럼 다른 채널들이 자사의 드라마 PD들을 유혹하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국은 워낙에 인력이 많아 PD들에게 연출 기회를 골고루 주지 못한다. PD들이 케이블, 종편 등의 제안에 솔깃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다른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지상파 드라마 PD들이 고루한 연출 밖에 모른다고 비판하지만 이들도 이에 대해선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일선 현장 PD들은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하지만 윗선에서는 수익이 보장되는 작품만을 선호한다. 이 부분이 드라마 PD들이 지상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같은 하소연에 따르면 지상파 PD들은 아무리 변해야 한다고 소리쳐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회사에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상파 드라마국 PD라는 안정적인 지위를 내던지는 결심을 하게 한 방송사 내부의 깊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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