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혼란 키우는 면세점 정책

입력 2016-03-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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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탈락했다가 최근 정부의 특허 추가 검토로 영업지속의 기대가 높아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 면세점 특허 추가 검토 논란

기획재정부 ‘면세점 제도 개선안’ 공개
롯데·SK 회생 기회…신규업체는 반발
사업자 선정 1년채 안되서 헛수고 될 판


관광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떠오른 면세산업이 정부의 갈팡질팡 정책으로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지 불과 6개월여 만에 정부가 ‘특허 추가’ 카드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주무 부서인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은 16일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의뢰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 개선’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특허기간 연장, 특허 수수료 인상 등 면세산업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이 담겼다.


● 특허 추가 움직임에 신규 면세점 반발…행정소송도 불사

이중 업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특허 추가’다. 특허가 추가되면 지난해 탈락했던 롯데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점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런 움직임에 지난해 기업 역량을 총동원해 면세점 특허를 받은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허 추가’ 이야기가 돌던 14일, HDC신라, 한화, 신세계, 두산, SM면세점 등 신규면세점 대표들은 긴급모임을 갖고 “면세점 특허를 또 내주면 모두 공멸한다”며 “새 사업자들이 투자한 돈이 1조700억원, 고용인력이 1만4200여명인데 자생력을 키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규 면세점들은 전면개장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와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1위로 브랜드 유치와 마케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롯데월드타워점 등의 재등장은 큰 위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선책에 특허 추가안이 포함되면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 회생 기회 잡은 롯데 “면세점 글로벌 경쟁력 가진 기업이 해야”

롯데와 SK 등 재진입을 바라는 기업들은 “사업권 도전 때는 시장성장을 말하더니 따고나서는 말을 바꾼다”며 신규업체들을 비판했다. 롯데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우리 면세사업이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사업 역량을 가진 기업이 진출해야 한다”며 “브랜드 인지도, 해외관광객 유치, 글로벌 브랜드 협상력, 운영능력 등이 있는 기업이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면세산업 개선책에서 특허추가가 공식화되면 지난 1년간 기업들이 면세점 특허를 두고 벌인 경쟁은 헛수고인 셈이다. 기업역량을 총동원해 사업권을 따낸 신규 업체들은 물론 롯데나 SK 역시 전문인력 이탈, 해외 브랜드 계약 정리, 재고 관리 등 그동안 사업권 상실에 맞춰 진행하던 일들을 원상복귀 해야 한다. 일본이 도쿄에 초대형 시내면세점을 추진하는 등 경쟁국들이 면세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우리는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정책 때문에 기업들의 혼란만 초래하는 꼴이 됐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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