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나영석 PD의 ‘꽃청춘’, 시청률 반토막은 숙명인가

입력 2016-03-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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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받으며 종영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있을까? 회차가 정해진 드라마와 달리 예능 프로그램은 재미의 끝을 볼 때까지 소모되는 장르다. 일부 예능인들이 시즌제 예능을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능계의 이 같은 숙명을 히트메이커 나영석 PD도 빗겨가지 못하는 듯하다. tvN 배낭여행프로젝트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18일 방송은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6.9%(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전 회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첫 방송이 최고시청률 14.7%, 평균시청률 12.7%를 보인 데 비해 반토막 났다.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 쌍문동 4인방 안재홍, 류준열, 고경표, 박보검의 여행기로 방송 전부터 화제성을 독차지했다. 낯선 땅 아프리카의 이채로운 풍경과 예능 초보 네 청춘의 진짜 모습이 ‘아프리카 편’의 관전 포인트다.

대세 주인공들이 출연해도 ‘꽃보다 청춘’ 시청률이 계속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반복된 구성이 선사하는 무료함 때문이다. 나영석 PD가 말한 일상성에 기반을 둔 별 것 없는 콘텐츠로 만드는 나PD표 예능프로그램이 한계에 직면했다.

사진제공=tvN

‘꽃보다 청춘’(이하 ‘꽃청춘’)은 2014년 페루·라오스, 올해 아이슬란드·아프리카 편으로 총 4개국 여행기를 담아냈다. ‘꽃청춘’은 초반, ‘응답하라1994’ 유연석·손호준·바로와 40대 청춘 윤상·유희열·이적이 출연하며 신선한 예능 그 자체로 주목 받았다. 페루와 라오스는 그동안 예능프로그램 화면에서 본 적 없는 배경이었고 출연진도 예능 베테랑들이 아니었다. 인기에 힘입은 나영석PD 역시 여행이라는 일상 소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예능 불도저로 호평 받았다.

하지만 ‘꽃청춘’의 기세는 올 초 아이슬란드 편에서부터 꺾이는 조짐을 보이더니 아프리카 편에서 한 자리수 시청률로 폭락했다. 아이슬란드 편 정상훈·정우·조정석·강하늘, 아프리카 편 안재홍·류준열·고경표·박보검의 예능감을 평가하는 건 무의미하다. 모두가 열광했던 나영석PD의 연출과 라인업 선정은 아이슬란드와 아프리카 편에서도 변화하지 않았고 나PD는 여전히 예능 초보인 배우들을 출연시켜 그림을 완성했다. 시청률 하락의 원인을 출연자들에게 돌려선 안 되는 이유다.

문제는 지겹다는 것. 몰래카메라로 갑자기 떠나는 여행의 시작과 주어진 경비를 아껴가며 여행하는 방식이 보는 이들에게 ‘또?’ 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꽃청춘’의 묘미였던 출연자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는 모습도 매번 비슷하다. 그 나라 특유의 질서, 문화를 몰라 벌어진 에피소드가 전부다. 결국 지금의 ‘꽃청춘’은 이색적인 풍경의 나열만 남은 KBS1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언제부터 ‘꽃청춘’이 여행 다큐프로그램이었나. 이대로 끝까지 가다가는 ‘꽃청춘’은 다큐도 아닌 탄산수 음료와 여행 업체를 홍보하는 100분짜리 광고로 전락할지 모른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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