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부산시-영화인 갈등 터졌다…“자율성 부정한다면 전면 보이콧”

입력 2016-03-21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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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와 영화인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결국 영화계 주요 단체 인사들이 ‘보이콧’이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비대위) 측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영화인들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비롯해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등이 참석했다.

영화인 비대위는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신규 자문위원 68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법적 대응까지 나서면서 영화제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영화제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영화인들마저 영화제를 장악하려 모여든 불순 외부 세력처럼 몰아가더니 심지어 각종 매체를 통해 서울의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음해성 유언비어까지 퍼뜨리며 망국적인 지역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2014년 신임시장으로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겸직하게 된 후 ‘다이빙벨’ 상영을 빌미로 영화제를 정치적 이념의 전쟁터로 변질시킨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에 동조한 부산시의 행태를 착잡하게 지켜보며 우리는 끝까지 인내심을 잃지 않고 영화제와 부산시 양자 간의 화해와 소통을 위해 꾸준히 중재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영화인 비대위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의 소유물이 아니다. 비록 부산시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했지만 20년 전 영화인들과 부산 시민들이 남포동에서 탄생시킨 이 멋진 영화제는 여전히 그 민간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 방식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아울러 영화제는 오로지 부산 시민만의 것도 아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과 나아가 전 세계 영화인들이 함께 영위하는 소중한 공동의 문화적 자산이다. 그렇기에 철저한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영화제 조직 운영의 원직인 정관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부 검열 및 영화제 집행위원장 해촉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며 적지않은 기대를 품었지만 부산시는 돌연 임시 총회 자체를 인정치 못하겠다면서 매체를 총동원해 영화인들을 난데없이 불순 세력으로 몰아가더니 급기야 자문 위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며 “영화인들의 중재 노력을 오히려 외부 불순 세력의 개입이라고 모욕한다면 더 이상 부산국제영화제에 발을 디딜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에 모든 영화인들은 각 단체별로 총의를 거쳐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참석을 거부하는 보이콧을 강력히 결의할 것이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부산의 레드카펫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텅 비게 될 것이며 부산을 찾는 전국 관객들의 발걸음 또한 뚝 끊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화인 비대위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를 즉각 실행하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에 전향적 자세로 나서라.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 신규 위촉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철회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라.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총회 의결 없는 집행위원장 해촉 등 영화제를 훼손한 일련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 사항을 밝히며 “이상의 문제에 있어 부산시가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인들을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이춘연 고문은 “정치인과 영화인이 싸우는 것 같다. 이를 보면 영화인들이 순진한 것 같다.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 영화인들과 아무 때나 말을 바꿔도 양심에 가책이 없는 정치인의 싸움에 힘들다. 부산시는 영화인들은 이간질시키려고 하고 자격도 없는 일부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장악하려고 한다. 그렇게 장악하고 나면 무엇을 하겠느냐. 얻을 것 하나 없다”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개탄했다.

그는 “우리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다. ‘영화제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호소하는 것”이라며 “요구하는대로 안 되면 우리 같은 대표들도 영화인들을 설득할 명분이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읍소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고영재 공동대표는 “임시총회가 이뤄질 수 있느냐의 판단 여부가 적어도 이달 안에 정해질 것이다. 임시총회의 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병수 부산시장 본인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에서 사퇴하려면 이는 정관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며 “이제는 서병수 시장이 입장을 밝힐 차례다. 우리가 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서병수 시장에게 넘어갔다. 그분이 독립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입장을 밝히는 순간 우리의 향후 행동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간의 갈등은 2014년 부산시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부산시가 지난해 초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를 종용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 및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는가 하면 지난해 국고 지원이 대폭 축소돼 정치적 간섭과 외압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의 신규 자문위원 68명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나섰다. 이에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며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영화인들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강력한 의사를 전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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