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DA: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DC가 드디어 해냈네요

입력 2016-03-23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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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코믹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히어로 무비 시리즈’의 1인자 마블에 맞서기 위해 작정하고 칼을 갈고 닦은 모양새다.

DC표 히어로 무비 시리즈 시대의 서막을 여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2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국내 취재진을 만났다. 이날 시사회는 IMAX 버전과 4DX 버전 두 가지로 진행됐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맨 오브 스틸’의 끝자락에서 출발한다.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격렬한 전투로 인해 메트로폴리스가 파괴되고 이로 인해 슈퍼맨이 논쟁의 인물이 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지난해 국내에서 1049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마블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같이 2억5000만달러(한화 2897억5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다. 국내에서는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의 제작비를 말 그대로 ‘쏟아 부은’ 작품답게 높은 퀄리티의 영상으로 볼거리를 안긴다. 최종 완성까지 1년 걸린 배트모빌과 8개월에 걸쳐 제작된 배트수트 등은 애교 옵션 수준. 영화 측은 “CG는 일부에서 사용됐고 영화 전반적으로 세트 제작이나 실제 촬영으로 진행해 현실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는데 어느 장면이 CG고 현실인지 쉽게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리얼하다.


배트맨을 연기한 벤 애플렉과 슈퍼맨을 맡은 헨리 카빌은 캐릭터의 재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았다. 먼저 벤 애플렉은 배트맨에 낙점된 후 1년 넘게 트레이닝을 받으며 준비해왔다. “운동으로 몸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었다”고 말한 그는 촬영 당시보다 사전 작업 당시에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맨 오브 스틸’에 이어 다시 슈퍼맨을 소화한 헨리 카빌 또한 “벤이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해서 나도 운동을 많이 해야했다”고 밝혔다. 그는 ‘맨 프롬 U.N.C.L.E’ 촬영 기간에도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10kg을 찌웠다. 자신의 몸무게 최고치였던 ‘맨 오브 스틸’ 때보다 몸을 더 키운 것. 헨리 카빌은 이를 회상하며 “지금까지 영화 출연을 위해 받은 훈련 중 제일 힘들었지만 다행히 좋은 트레이너이자 친구 덕분에 즐거웠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현재 가장 기대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관전 포인트는 두 영웅의 맞대결이다. 이들의 전투가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 DC코믹스의 대표적인 슈퍼 빌런으로 슈퍼맨 최대의 적인 렉스 루터는 영화에서 배트맨과 슈퍼맨의 만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렇게 모이니 얼마나 좋아?”라고.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은 누가 봐도 불공평한 싸움이다. 지구인 배트맨과 달리 신적 존재로 묘사되는 슈퍼맨은 크립톤 행성에서 온 초능력자. 그러나 슈퍼맨의 힘을 무력화하는 크립톤 행성의 광물 크립토나이트가 변수로 작용한다. 배트맨이 내리친 세면대에 얼굴이 터진 채 맥없이 끌려가는 슈퍼맨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기에 반격하는 슈퍼맨의 한방에 수트가 와장창 깨지는 배트맨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흥미롭게도 두 영웅이 대결하는 이유가 서로 뒤바뀐 느낌이다. 인간인 배트맨은 대결의 이유를 마치 신(神)처럼 ‘세계의 미래’에서 찾는다. ‘고뇌의 아이콘’ 배트맨은 슈퍼팬 역시 그동안 타락한 많은 자들처럼 언젠가 타락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로 여긴다. 극 중 배트맨은 슈퍼맨의 처단을 “인류를 위한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놈(슈퍼맨)을 없애야 내 삶이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절대적인 슈퍼맨이 배트맨과 싸우게 되는 이유는 전혀 거창하지 않다. 슈퍼맨은 그 이유를 밝히며 여느 나약하고 평범한 사람처럼 울부짖는다.

이후 전투 규모는 더 커지고 절체절명의 순간 원더우먼까지 합세한다. 원더우먼을 연기한 갤 가돗은 여성도 군 복무 의무가 있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전투 훈련에 익숙했지만 영화를 위해 9개월 간 훈련을 받았다. 그는 무술과 함께 칼과 방패를 중심으로 한 무기 훈련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 가돗이 선보이는 원더우먼의 액션은 마블의 블랙 위도우에 비견할 정도로 섹시하면서도 파워풀하다. DC가 2017년 6월 선보일 ‘원더우먼’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러닝타임이 끝나고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엔딩을 맞지만 묘하게 끝나도 끝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올스타 히어로팀을 결성하는 ‘저스티스 리그’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나오는 ‘저스티스 리그 파트1’과 2019년 6월 개봉 예정인 ‘저스티스 리그 파트2’의 프리퀄로 전체 3부작 가운데 겨우 1부에 불과하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은 인터뷰에서 “부제가 ‘저스티스의 시작’이라고 돼 있듯이 앞으로 DC코믹스의 영웅들과 관련된 영화가 많이 나온다. DC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의 미래를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각각의 영웅을 다룬 다양한 영화가 나오는데 내용이 서로 크로스오버가 될 수도 있고 각 캐릭터가 다른 영화에도 등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예고하듯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는 원더우먼을 비롯해 플래쉬, 아쿠아맨, 사이보그 등의 캐릭터가 깨알 같이 등장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DC의 야심을 한 편에 담기에 151분은 짧았다는 것이다.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다루고 어필하는 과정에서 산만한 전개가 이어졌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저스티스 리그 파트1’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고 2017년을 기다려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작품이다.

액션 블록버스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24일 2D와 3D, IMAX 3D, 4D, 4DX, 돌비 애트모스 등 다양한 버전으로 개봉한다. 참고로 상영 후 쿠키 영상은 없으니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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