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탁재훈 ‘라디오스타’ 출연은 왜 ‘신의 한 수’인가

입력 2016-04-21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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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의 법칙] 탁재훈 ‘라디오스타’ 출연은 왜 ‘신의 한 수’인가

20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서는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김흥국이 탁재훈의 일명 ’햄버거 사건‘을 지적하고 나선 규현의 질문에 정색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반응에 정작 질문 당사자인 탁재훈을 비롯해 안방의 시청자들도 고개를 갸우뚱 했다. 탁재훈도 “별 일 아니니까 내가 말을 하면 된다”며 오히려 김흥국을 뜯어 말릴 정도.

하지만 분명히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날 김흥국이 보여준 반응이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C와 시청자 모두 이날 빚어진 짧은 촌극을 웃어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이 프로그램이 다름 아닌 ‘라스’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방송분에서 ‘라스’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에 연루돼 오랜 자숙 시간을 가지고 돌아온 탁재훈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끌어안았다. 그의 첫 지상파 복귀라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된 이날 에피소드는 분명히 탁재훈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먼저 ‘라스’ MC들은 오프닝부터 탁재훈에게 공을 넘겼다. 이후 그는 매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진심 어린 사과로 시청자들을 달랬고 MC들은 “아직은 웃기면 안될 것 같다”는 탁재훈을 말리며 예능감이 살아날 수 있도록 격려했다.

이후 MC들은 탁재훈 도박 사건과 관련된 인터넷 댓글과 패러디 게시물 등을 직접 전달하는가 하면 ‘햄버거 사건’, ‘10시간 지각’ 등 탁재훈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런 전개는 ‘탁재훈이라면 충분히 받아 넘길 수 있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제작진도 CG를 통해 탁재훈을 도왔다. 이들은 독수리 오형제의 헬멧, 감, 사과 등을 탁재훈의 머리에 입혀 웃음을 더했고 마지막 사과를 끝낸 것을 축하하는 장구 퍼포먼스 때의 CG는 마치 ‘마이리틀텔레비전’을 보는 듯 화려했다.

분명히 ‘라스’ 제작진에게 탁재훈은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그가 저지른 도박 사건은 물론 가정사에 이르기까지 공격할 수 있는 곳이 너무나 많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스’는 탁재훈을 결코 코너로 몰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격려하고 ‘악마의 재능’으로 불리는 예능감을 끌어 올려주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역력했다. 이것이 바로 예능계에서 함께 해 온 이들의 동료애 인 듯 보였다.

탁재훈 본인조차 “너무 빨리 지상파에 나오는 것 같다”고 우려했던 ‘라스’ 출연이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옳았다. 두려움을 이기고 제 색깔을 낸 탁재훈의 재능과 비판 여론까지 감수하고 그를 섭외한 ‘라스’의 과감한 결단력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MBC 방송 캡처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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