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서 박병호의 향기가 난다

입력 2016-05-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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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박병호’는 누가 될까. 10일까지 10홈런을 때려내며 이 부문 단독 선두인 두산 김재환(왼쪽)과 39타점으로 이 부문 선두인 SK 정의윤의 ‘신흥 거포’ 경쟁이 흥미롭다. 스포츠동아DB

■ 두산 김재환·SK 정의윤 ‘늦깎이 4번타자’ 불꽃 튀는 거포전쟁

김재환, 대타서 4번타자로 초고속 승진
정의윤, 감독 신뢰 속 붙박이 4번타자로
둘다 홈런·타점서 ‘포스트 박병호’ 경쟁


올 시즌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는 ‘박병호(30·미네소타)가 떠난 자리를 누가 메울 것인가’였다. 박병호는 지난 4년간 홈런·타점왕을 석권했다. ‘박병호의 대체자는 없다’ 혹은 ‘외국인타자들이 득세할 것이다’는 시선 속에서 ‘뉴페이스’의 등장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었다.

올해 홈런과 타점 순위표를 보면 ‘포스트 박병호’에 대한 해답이 조금씩 보인다. 11일까지 10홈런을 때려내며 홈런 공동 선두에 올라있는 두산 김재환(28)과 40타점으로 독보적인 타점 선두인 SK 정의윤(30)이 그 주인공이다.


● ‘늦깎이 4번 타자’ 김재환·정의윤

4번 타자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상위권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김재환과 정의윤은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재환은 지난해 김태형 감독 부임 후 기회를 부여받았으나 48경기서 타율 0.235·7홈런·22타점에 그쳤다. 올해는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 받은 포수 유망주였으나, 포수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1루에 이어 외야 수비까지 경험해야 했다.

그래도 올해 김현수(28·볼티모어)가 떠나면서 생긴 좌익수 자리가 기회가 됐고, 지명타자와 1루수, 좌익수를 오가면서 ‘대체 불가능’한 선수로 변신했다.

정의윤은 지난해 SK 이적 후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11년 넥센 이적 후 최고의 4번 타자로 성장한 박병호와 비슷하다. 둘은 2005년 LG 입단 동기다. 박병호가 1차 지명, 정의윤이 2차 1라운드 지명돼 LG의 미래를 이끌 거포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두 명 모두 이적 후 ‘붙박이 4번 타자’로 신뢰받은 뒤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의윤은 지난해 타율 0.341·8홈런·39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는 압도적인 타점 페이스로 해결사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성장 동력된 ‘4번 타자’에 대한 믿음

10일이나 늦게 1군 엔트리에 합류한 김재환은 대타로 출발해 4번 타자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오랜 시간 꿈꿔온 4번 타자, 김재환은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귀한 몸’으로 대우해주는 동료들의 믿음도 큰 힘이 됐다. 그는 “올해는 확실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내 것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홈런이나 타점 등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기록에 애착이 간다. 동료들도 옆에서 날 믿어주고 심적으로 편하게 해준다. 신나게 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정의윤도 이적 후 “네 스윙을 해라”는 김용희 감독의 믿음 속에 최고의 4번 타자로 성장했다. 잘 맞고 있어도 좀처럼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게 그의 장점이다. 그는 “5월에 더 많은 타점을 기록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타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겠다”고 강조했다.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라는 타이틀은 부담 대신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강력한 ‘포스트 박병호’로 떠오른 이들에게 ‘꽃길’이 열릴 지 주목된다.

문학|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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