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우승 대세론 vs ‘고질적 모순’ 비관론

입력 2016-05-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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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박기원 감독(맨 왼쪽)이 13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외국인선수 공개선발에서 최대카드로 꼽힌 슬로베니아 출신 밋차 가스파리니(가운데)를 가장 먼저 지명한 뒤 기념촬영을 함께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라이트 가스파리니 확보 전력 업
“이선규 안 잡는다”확고한 입장속
약한 센터진, 우승전력 최대과제

남자 프로배구에서 대한항공은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13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외국인선수 드래프트가 끝난 직후 ‘대한항공 대세론’은 강력해졌다.

대한항공은 총 140개의 구슬 중 불과 20개만 가지고 있었음에도 전체 1순위 지명권에 당첨됐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최대어로 꼽힌 슬로베니아 출신 라이트 공격수 밋차 가스파리니(32)를 확보했다. 드래프트 시행으로 OK저축은행이 시몬, 현대캐피탈이 오레올, 삼성화재가 그로저라는 특급 외국인선수를 떠나보낸 데 비해 대한항공은 외국인선수 전력에서 거의 손실이 없다. 게다가 김학민(33), 곽승석(28) 등 내부 프리에이전트(FA)를 전원 잔류시켰다.

‘대한항공 대망론’이 힘을 받는 근거는 질과 양을 고루 충족시키는 선수층에 있다. 전력중복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뒤집어보면 선수들의 체력관리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정지석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팀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런 시행착오를 2016∼2017시즌에는 범하지 않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그러나 배구계에서 ‘대한항공은 아무리 전력이 좋아도 우승은 어렵다’는 비관론 역시 만만찮다. 이 말 속에는 대한항공이 전력을 반감시키는 고질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한 회의가 담겨 있다.

일단 전력 요소로는 약한 센터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의외로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잡게 된 결과로 센터와 사이드 포지션이 두루 가능한 선수가 아니라 라이트 가스파리니를 택했다. FA시장의 센터 최대어인 이선규(35)에 대해서도 대한항공은 잡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선규는 탐나지만 보상선수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보다 근본적 과제는 스타선수들이 즐비한 대한항공을 어떻게 ‘원팀’으로 만드느냐다. 모 구단 관계자는 “박 감독 선임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선수들의 의향을 물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모 선수의 의견이 가장 가중치를 가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카리스마적인 리더가 아닌 박 감독이 승리라는 단 하나의 목표 아래 선수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프런트가 과도한 개입을 절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또 대한항공 선수들이 결정적 순간에 약하다는 지적도 벗어나야 한다. 세터 한선수와 외국인선수의 기술적인 면을 뛰어넘는 정서적 호흡도 과제다. 그 어느 때보다 재료는 좋다. 이제 명품 요리를 만드는 것은 대한항공 전체 구성원의 몫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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