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내일 없는 한화 도박야구, 내일마저 없다

입력 2016-05-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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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권혁이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KIA전 4회말 2사 만루에서 서동욱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는 순간 얼굴을 찡그리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전 정우람 6회부터 조기 투입 불구 4연패
20차례 퀵후크, 선발은 붕괴 불펜은 기진맥진
1승만을 위한 ‘올인야구’, 시즌10승도 못 찍어


올 시즌 한화는 3실점 이하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하는 ‘퀵후크’를 무려 20차례나 단행한 팀이다. 문제는 퀵후크 이후 필승계투조를 내보내도 추가 실점하고 패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35경기 중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 소화한 건 7번에 불과하고, 선발승은 알렉스 마에스트리의 2승이 전부다. 토종 선발승은 없다. 당장 1승에 눈이 멀어 줄기차게 퀵후크를 해대지만, 결과는 참담하기만 하다.

15일 광주 KIA전에서도 송창식∼권혁∼윤규진∼정우람의 필승계투조를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7-8로 져 4연패에 빠졌다. 허리 수술을 받은 김성근 감독이 자리를 비운 뒤 9경기 성적은 1승8패로 참담하다.

기록을 살펴봐도 한화의 마운드 붕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팀 방어율은 6.65로 꼴찌(10위)다. 선발 방어율은 무려 7.95에 달한다. 당연히 리그 꼴찌다. 한화가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다는 불펜도 방어율이 5.82에 달한다.

피홈런(43개), 볼넷(203개)은 리그에서 가장 많다. 10개 구단 중 200볼넷 이상 허용한 팀은 한화가 유일하다. 불펜의 힘으로 버텨야 하는 팀인데, 툭하면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가다 보니 계투진도 점점 지쳐간다.

선발 심수창이 2이닝 만에 강판된 15일에도 1-4로 뒤진 3회 송창식, 1-5가 된 4회 권혁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5-6으로 추격한 6회말에는 윤규진에 이어 정우람까지 등판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날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아 윤규진∼정우람이 나머지 이닝을 막아주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정우람은 6회 2사 만루 위기에서 김호령에게 좌전적시타를 맞았고, 6-7이던 8회말에는 나지완에게 좌월솔로홈런을 얻어맞았다. 결정타였다. 지칠대로 지친 필승계투조가 4점을 허용했다.

올 시즌이 아닌 1승만을 내다본 한화의 ‘도박 야구’가 또 한번 실패를 맛본 것이다. 팀은 35경기째 10승도 못한 채(9승26패) 헤매고 있다. 게다가 한화의 유일한 희망봉으로 여겼던 에스밀 로저스마저 복귀 후 선발등판한 2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외국인투수 마에스트리도 2군에 내려갔다.

2군행의 표면적인 이유는 구위 저하다. 마에스트리는 12일 대전 NC전에 구원등판해 0.2이닝 2안타 3볼넷 3실점으로 만신창이가 된 뒤 곧바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보직파괴의 결정판이었다.

사실 8경기 2승2패, 방어율 9.00이라는 마에스트리의 성적만 보면 2군행도 명분은 있다. 그러나 시범경기 당시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던 마에스트리의 직구 최고구속이 143km까지 떨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올 시즌 한화는 슬롯머신을 당기듯 투수를 한두 명씩 당겨쓰며 한 시즌이 아닌 오로지 1승만을 위한 야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35경기에서 승률이 0.257에 불과하다. 선발과 불펜의 경계가 무너지다 보니 미래를 보는 야구는 애초에 포기했다. 한화의 투수운용을 보면 올 시즌도 올 시즌이지만 미래가 더 걱정된다.

광주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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