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칸&피플①] ‘금단의 사랑’…‘아가씨’의 파격, 김민희&김태리

입력 2016-05-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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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가씨’의 주역인 배우 조진웅과 김태리, 연출자 박찬욱 감독, 배우 김민희와 하정우(왼쪽부터)가 1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칸 국제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 레드카펫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태리와 김민희는 극중 동성의 사랑을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영화 ‘아가씨’에서 금단의 사랑 연기|김민희 & 김태리

배우 김민희와 김태리가 영화 ‘아가씨’를 통해 파격을 넘어 금기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동성의 사랑은 이제 터부의 대상이 아니지만 두 배우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1930년대다.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을 변신과 도전에 과감히 들어선 두 여배우에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대장이 당도했다.


김민희

수위 높은 베드신, 고민 컸지만
사랑으로 받아들이니 편안해져

김태리

김민희 언니 덕분에 큰 힘 얻어
거침없는 카리스마? 신인 특권


15일 오전 5시(한국시간·이하 동일기준)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의 뤼미에르 대극장 레드카펫에 오른 김민희의 얼굴에서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자신의 대표작으로 기록될 만한 영화를 세계에 처음 알리는 자리가 주는 중압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레드카펫에 열도한 사진기자들이 연신 ‘김민희’를 외치자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 칸을 처음 찾은 김민희는 “영광의 자리에 왔고 이 곳에 머무는 시간을 즐기려 한다”고 말했다. 미지의 세계로 거침없이 걸어가는 배우에게 ‘영광’을 누릴 기회는 당연한 결과다.

칸에서 처음 베일을 벗은 ‘아가씨’는 한국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무대의 시작을 알린다. 운명, 사랑, 욕망, 복수 등 다양한 감정이 각각의 등장인물에 뒤섞여 있지만 이를 관통하는 단 하나는 두 여자의 사랑이다. 김민희가 없었다면 ‘아가씨’는 지금과 같은 규모와 분위기로 탄생하기 어려웠을 영화다. 동성의 사랑을 다룬, 제작비 100억원 이상의 대작을 책임질 만한 여배우는 많지 않다. 게다가 그가 맡은 극중 아가씨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인물. 이를 통해 김민희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배우로서 범접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린다.

아가씨에 맞선 하녀 역의 신예 김태리의 태도 역시 당돌하다. 박찬욱 감독이 왜 신인을 고집했는지에 연기로 답한다. ‘아가씨’의 공식 상영이 끝나고 극장에 불이 켜지자 박찬욱 감독은 그 누구보다 먼저 김태리에게 다가가 뜨겁게 포옹했다. 김민희보다 먼저였다.

두 여배우는 아가씨와 그 하녀가 서로에게 품은 감정을 확인하려다 이내 깊은 사랑을 느끼는 장면을 서로 다른 시점으로 연기한다. 또 그 파격적인 사랑의 표현도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물론 지나치게 계산된 행위와 연기라는 인상을 남기기도 하지만 두 여배우의 도전에서 의미를 거두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식 상영이 끝나고 15일 오후 5시 칸의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다시 만난 김민희와 김태리는 동성의 사랑과 수위 높은 베드신에 대해 담담하지만 분명한 생각을 꺼냈다.

김민희는 “성(性)으로 나눠 생각하지 않고 사랑으로 여겼다”고 했다. 물론 고민도 컸다. 그렇지만 “인간의 감정 그리고 사랑으로 받아들였고 베드신을 여배우와 한다는 게 오히려 편안할 수 있다는 위안을 가졌다”고 했다.

김태리에게도 김민희는 “위안”이다. “동성의 사랑을 그린 수많은 영화를 챙겨보면서 참고했다”지만 ‘현장’은 달랐다. 김태리는 “김민희 언니가 곁에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데뷔작으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김태리는 국내외 취재진 사이에서 ‘행운을 누려야 마땅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신인이라 가능한 거침없는 표현은 ‘아가씨’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또 김민희부터 하정우까지 쟁쟁한 배우들 틈에서 카리스마마저 뿜어낸다. 그 원동력에 대해 그는 “연기를 시작하는 배우의 특권”이라고 짚었고 “자유로웠다”고도 했다. 한국영화에 또 한 명의 당찬 신예가 등장했다.

칸(프랑스) 이해리 기자|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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