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부산행’의 공유(왼쪽)와 연상호 감독이 14일 오전(한국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 상영을 마치고 관객 환호에 웃고 있다. 사진제공|NEW
15일 오전(한국시간·이하 동일기준) 칸에서 만난 공유는 “15년 동안 배우로 살아오면서 처음 느껴보는 자극”이라며 “모든 것이 신선한 이런 기분을 왜 이제야 느끼는지 아이러니할 정도”라고 했다.
공유는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제작 레드피터)으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데뷔 이후 처음이지만 예상 밖 결과를 이끌어냈다. 좀비 소재의 영화가 칸의 선택을 받을지 공유조차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었기 때문. 공유는 “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유럽 관객에게 영화를 선보이다니 걱정이 컸다”고 돌이켰다.
기우였다. 영화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14일 현지에서 처음 공개됐다. 상영이 끝나고 여성관객들은 객석을 나서는 공유를 향해 하트 세례를 퍼부었다. 취재진을 붙잡고 ‘멋진 주인공(공유)이 누구냐’고 묻기도 했다. 뜻밖의 환대에 공유는 “환호와 갈채가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며 “온전히 배우로 인정받는 것 같아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사실 공유의 최근 1∼2년간 행보는 그가 ‘다른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말해준다. 주저 없는 도전으로 활동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올해 개봉한 멜로영화 ‘남과 여’로 성숙한 연기력을 드러냈고, 최근에는 모험에 가까웠던 대작 ‘밀정’ 촬영을 마쳤다. ‘부산행’ 역시 공유에게는 참여 자체가 실험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좀비라는 소재부터 그렇다.
“유독 영화에 출연할 때마다 ‘왜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부산행’은 더했다. 한국에서 무슨 좀비 영화냐고. 연상호 감독이 앞서 연출한 영화를 전부 봤다. 사회고발적인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감독이 좀비 상업영화를 만든다니, 신선했다.”
공유의 관심은 이제 자신의 역할이나 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 찍을 때 손익분기점이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된다”는 그는 “나만 연기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 이제는 바뀌고 있다”고 했다. 결국 영화는 여럿이 모여 만드는 ‘합작품’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출연편수가 늘어나면서 겪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 다행히 이번 칸 경험이 이를 털어내는 기회가 됐다. 공유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고 에너지도 채웠다”고 했다.
칸(프랑스) |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