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스캔들’ 홍상수 감독 재평가 움직임

입력 2016-06-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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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왼쪽)와 정재영이 출연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한 장면. 극중 정재영의 직업은 영화감독이다. 사진제공|영화제작 전원사

극과 현실 넘나드는 ‘개저씨 서사’
극소수만 열광…과대평가 지적도

배우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의 스캔들이 이제 감독의 영화관을 향한 회의적인 시선과 이를 둘러싼 논란 그리고 그의 영화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새 영화를 내놨다. 기성감독들 중 최고의 ‘다작’이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낯선 곳에서 만난 여성에 구애하는 ‘지질한’ 중년 남자가 주인공이다. 직업이 영화감독일 때가 많다.

홍 감독이 김민희와 처음 만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도 주인공 정재영의 직업도 영화감독이었다. 영화는 감독인 주인공이 시사회를 위해 방문한 수원에서 한 여인(김민희)을 만나 짧게 사랑하는 이야기다.

미리 써놓은 시나리오가 없고, 제목조차 정하지 않은 채 그날 아침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구성해 영화를 찍는 홍상수 감독은 2∼3주 만에 한 편을 뚝딱 만들어내기로 유명하다. 작품은 달라도 주인공 설정과 극의 전개, 분위기를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탓에 고유한 개성을 구축했지만 영화계 한 편에서는 ‘감독 자신을 투영해 영화를 만든다’는 평가와 분석도 따랐다.

이 같은 반응은 일부의 분석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홍상수 감독의 아내인 A씨는 남편의 스캔들을 폭로하는 인터뷰에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보면서 ‘남편의 불륜’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A씨는 또 영화에서 정재영이 김민희에게 건네는 사랑 고백이 사실 홍 감독의 것이라는 추측도 내놨다.

그런 홍상수 감독은 ‘해외에서 더 유명한 감독’으로 통한다. 실제로 그의 영화는 국내 10만명을 넘긴 적이 드물다. 극소수 마니아 관객만 열광한다. 2012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선보인 ‘다른 나라에서’ 역시 고작 3만1029명을 모았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젊은 여성에게 추군 대는, 그렇지만 용기내 사랑 고백도 하지 못하는 남성을 고집스럽게 그려온 감독의 영화를 두고 손화정 문화평론가는 22일은 “개저씨 서사”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날 SNS를 통해 “홍 감독이 지금까지 그려왔던 ‘개저씨 서사’가 평단을 경유해 어떻게 이 사회에서 윤리적인 것 혹은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것으로 승인되어 왔는지” 질문하며 “실제 그의 삶을 (영화에)반영한다는 점에서 ‘개저씨 서사’란 영화에서만 승인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 자체에서 승인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홍상수 감독은 최근 작품 활동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촬영한 김주혁 이유영 주연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은 개봉을 앞둔 상황. 올해 1월에는 김민희, 정재영과 강원도에서 영화를 찍었다. 5월에는 프랑스에서 김민희와 또 다른 영화를 촬영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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