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표 디테일 야구, 얼마나 잘되고 있나

입력 2016-06-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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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으로 바뀐 환경에 넥센 염경엽 감독은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도루1위, 3루타도 25개 압도적 1위
3구이내 배짱승부 ‘리그 최소 볼넷’
염감독 “이것저것 시도하며 공부중”

넥센 염경엽 감독은 스프링캠프 출국 전부터 “디테일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넥센의 확실한 팀컬러였던 장타력 실종을 상쇄할 확실한 대안이었다. 박병호(미네소타)와 유한준(kt)이 이탈했다. 2015시즌 76홈런(박병호 53개·유한준 23개)을 합작한 둘의 이탈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또 목동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겼다. 그러면서 펜스거리가 종전 좌우 98m·중앙 118m에서 좌우 99m·중앙 122m로 멀어졌다. 염 감독은 “박병호, 유한준이 잔류했어도 어차피 홈런은 줄었을 것”이라며 애써 위안 삼았다. ‘염경엽표 디테일 야구’는 그렇게 시작됐다.

염 감독은 디테일 야구를 선언하며 “수비와 주루를 강화하고, 투수의 견제동작과 슬라이드 스텝 등 작은 부분을 통해 실점을 줄이는 야구”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1차 캠프 당시 수비와 주루 훈련에만 80%의 비중을 뒀다. 투수들에게는 “3구 이내에 공격적인 승부를 하고 릴리스 타임을 줄이라”고 강조했다. 연습경기 당시 선수들이 결과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연습했던 부분을 실전에서 적극 활용하라”며 일침을 가했다. 선수들은 감독을 믿고 따랐다. 염 감독은 캠프 종료 시점에 “디테일 야구의 완성도는 50%다. 아직 진행형이다”고 했다.

두려움 없는 야구→도루·3루타 1위

지금까지는 염 감독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 넥센은 22일까지 리그 3위(36승30패1무)다. 여러 지표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도루 1위(70개)다. 도루 시도 역시 102회(70성공 32실패)로 리그에서 가장 많이 뛰었다. 벌써 서건창(13개), 김하성(12개), 고종욱·임병욱(이상 10개) 등 4명이 두자릿수 도루를 채웠다. 주루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염 감독과 선수들의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3루타도 25개로 압도적인 1위다. “홈런이 줄어들었지만 고척돔의 넓은 좌·우중간을 활용해 장타를 만들 수 있다”던 염 감독의 공언은 허언이 아니었다. 넥센 타자들은 고척돔에서만 3루타를 16개나 쳤다.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에 타자들은 거침없이 3루로 내달린다. 당연히 득점 확률도 높아진다. 득점권에서 팀 타율 0.322, 13홈런을 기록하며 집중력을 발휘한 것도 한몫했다.

“3구 이내 승부하라”→리그 최소볼넷

볼넷 허용은 199개로 최소 1위다. “3구 이내에 승부하라”는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투수들이 응답한 결과다. 지난해 67경기에서 257개의 볼넷을 허용했던 넥센 마운드의 환골탈태다. 팀 방어율(4.64)은 4위인데, 불펜방어율이 2위다(4.18). 이보근∼김택형∼김상수∼김세현은 믿을 수 있는 필승계투조로 자리매김했다. 넥센 손혁 투수코치는 “필승계투요원들이 이기고 있을 때 확실히 막아주니 계산이 선다”고 말했다. 팀 도루저지율도 42.9%(84시도 36도루저지)에 달한다. 이는 포수 박동원의 강한 어깨(도루저지율 48.1%)와 슬라이드 스텝을 향상한 투수들의 합작품이다. 염 감독은 “올해 야구가 재미있다”며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많이 공부하고 있다. 투수들이 3구 이내에 승부하기 시작하니 상대도 빨리 공격하려는 게 보인다. 그 자체로 성공”이라고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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