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외야석] 챔피언 홍익대 장채근 감독과 해태야구

입력 2016-07-13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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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장채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홍익대 장채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홍익대학교 장채근(52)감독에게 연락을 한건 최근 대학야구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홍익대 야구팀, 그리고 홍익대와 같은 붉은 색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었던 해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해태야구’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KBO리그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2012년 선동열 감독이 KIA 사령탑을 맡아 해태의 DNA 부활을 선언하고 2013년 김응룡 감독이 한화 사령탑을 맡아 현장에 복귀하자 해태야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도 했다.

‘해태야구는 세밀함이 떨어졌다’,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 강했을 뿐 전략과 전술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말도 나왔다.

김성근 감독은 2014년 한화 사령탑을 맡아 11월 가을 훈련을 지휘한 뒤 “(한화 선수들은) 고양 원더스 애들보다 약하다. 훈련이 제대로 안 돼 있다. 외야수들이 어깨가 약한 것은 던지는 방법을 몰라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 수십 년 지기인 전임자 김응룡 감독을 정면에서 저격한 발언이었다. 그렇게 해태야구는 구식이 됐다.

전성기 해태는 연고지 고교 출신 유망주 대부분을 스카우트할 수 있었던 당시 신인드래프트 룰을 통해 쉼 없이 특급 신인을 공급 받았다. 그러나 같은 시기 삼성 역시 해태에 뒤지지 않는 특급 신인들이 꾸준히 있었다. 1차 지명 숫자가 줄어들고, 외국인선수 제도와 프리에이전트(FA)제도가 도입된 이후 팍팍했던 해태의 살림살이는 곧 치명적인 약점이 됐지만 그 전까지 해태는 엄격한 상하질서와 김응룡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통해 하나의 팀으로 뭉쳤다. 최희섭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KBO보다 메이저리그가 클럽하우스는 더 엄격하다. 신인들은 전용기에서 선배들에게 맥주 서빙도 한다. 엄격함은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배운다. 하나의 팀으로 녹아드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엄격함, 서로에 대한 신뢰, 그리고 자율적인 분위기 속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맹훈련. 그리고 이 전체를 아우르고 이끌어가는 강렬한 카리스마 감독. KBO리그에서 사라진 해태야구는 홍익대학교에 살아있었다.

해태에서 6회 한국시리즈 우승, 한국시리즈 MVP, 3차례 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장채근 감독은 2011년 당시 최약체였던 홍익대 야구팀을 맡았다. 학교의 지원은 풍족했지만 스카우트부터 경쟁에서 뒤졌던 팀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반전이 이어졌다. 홍익대는 10일 ‘2016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에서 연세대를 꺾고 우승했다. 2014년에 이어 2번째 우승. 장 감독 취임 이후 홍익대는 최근 3년간 전국대회에서 3회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대학 야구 강자로 떠올랐다.


-놀라운 성장이다. 최약체 팀이 이제 전국대회 우승팀이 됐다.

“다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해준 덕분이다.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프로에 지명을 못 받은 선수가 대학에 온다. 첫 번째 관문에서 탈락한 거다. 대학 4년은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 ‘꼭 프로에 가자!’는 목표로 선수들이 훈련을 열심히 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투수 김재영(한화)을 프로로 보냈다. 약속을 지켰다.

“감독이 된 후 직접 뽑은 선수들이 이제 4학년이다. 안정권에 들어선 느낌이다. 이제 더 많은 선수를 더 빠른 순위로 프로에 보내야 한다. 그게 대학야구 감독의 첫 번째 임무다. 빨리 전체 1번 선수도 배출하고 싶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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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고등학교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 팀이 됐겠다.

“아니다. 완전히 정반대로 나뉜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보다 더 성적이 좋은 선수들이 이미 프로에 갔다. 다 안다. 미팅도 하고 싶고 클럽도 가고 싶은 거. 그럴 나이다. 그러나 남들 놀 때 우리도 놀면 어떻게 프로에 가고 또 프로에 가서 이미 고교졸업 후 지명을 받은 그들과 어떻게 경쟁하겠나?’, 우리 대학에 오면 어쩔 수 없이 많이 못 논다. 그게 싫어서 오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이제 머리가 제대로 된 놈들이 온다. 고등학교 때는 지명을 못 받았지만 꼭 프로에 가겠다는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현역시절 당대 최고 투수 선동열과 배터리였다. 최근 프로에서도 포수 출신 지도자들이 각광받고 있다. 우승을 6번 함께한 포수 경력이 지도자생활에 어떤 도움이 되나.

“포수라는 포지션은 지도자로 매우 유리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홀로 경기 전체를 본다. 투수도 알아야 한다. 또 하나는 마음가짐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포수는 4학년이라도 1학년 투수가 항상 편안하게 느껴야한다는 점이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목표 속 열심히 훈련하고 서로를 배려하면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전성기 해태가 추구했던 팀 색깔과 비슷한 것 같다.

“솔직히 해태야구가 비난 받았을 때는 속상하고 화도 나고 그랬다. 대학에서 선수들을 프로에 하나 둘 씩 보내고 어린 학생들의 실력이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가치 있는 일이고 큰 보람이다. 이제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프로에 다시 돌아가는 날이 있다면 예전 해태의 팀 색깔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선수시절 많은 것을 이뤘다. 지도자로도 큰 목표가 있을 것 같다.

“하하, 앞서 말했지만 프로에 선수 많이 보내는 거다. 야구는 어린이 팬들도 상상 속 감독이 될 수 있는 스포츠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금 팬들은 굉장히 수준이 높다. 좋은 선수 키우고 좋은 경기 하려면 더 공부하고 더 생각하고 시대의 흐름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공부 많이 하겠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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